한국은행이 1분기 경제성장률을 -0.2%로 잠정 집계했다. 지난해 1분기 1.3% 깜짝 성장 이후 2~4분기 -0.2~0.1%의 저조한 수치를 보이다 결국 다시 역성장을 기록했다. 4개 분기 연속 사실상 ‘제로 성장’에 머문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수렁에 깊이 빠져들고 있음을 말해준다. 1분기 역성장에는 미국의 관세 전쟁 파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국제 경제의 불협화음은 고관세 충격이 실물 경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전에 우리 성장률을 대폭 깎아내렸다. 높은 수출 의존도와 심각한 내수 부진의 취약한 경제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기에 비상계엄과 탄핵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역성장에 한몫을 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2%→1%) 낮춘 것 역시 외부의 관세 전쟁에 내부의 정치 혼란을 함께 반영한 수치였다. 안팎의 두 악재를 수습하지 못할 경우 이 수치가 어디까지 떨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불확실성이 커서 현시점에 연간 성장률을 추정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라고 했다. 뒤집어보면, 한국 경제의 돌파구는 관세와 정치, 두 불확실성을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달렸음을 뜻한다. 다행히 두 변수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 치밀한 협상을 통해 관세 악재를 최소화하고, 민주적 절차를 통해 순조롭게 정치 복원을 이루는 것이 경제 위기를 타개하는 핵심 과제가 됐다.
하지만 대내외 대형 변수에만 매달리기엔 경제 상황이 절박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시정연설에서 밝혔듯이 자영업자, 이재민, 저소득층, 첨단산업 등 경제의 숨통을 틔워줘야 할 분야가 빼곡하고, 이를 위한 재정 투입이 시급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제출한 12조원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집행이 빠를수록 성장률 만회 효과가 크다는 보고서를 냈다. 추경의 규모와 용처를 놓고 논란이 상존하지만, 지금은 정치권이 작은 차이를 넘어 서둘러 결과를 내놔야 할 때다. 정치적 합의를 통해 조속히 추경을 실현하는 것은 한국 경제에 버틸 힘을 주는 단기적 수혈인 동시에 더 근본적 과제인 정치 복원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