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너의 하나님 너의 치유자

입력 2025-04-25 03:14

성경을 보면 하나님의 속성이 포함된 구문이 믿음의 표어로 곧잘 활용되곤 합니다. 여호와 이레(창 22:14) 여호와 닛시(출 17:15) 여호와 샬롬(삿 6:24) 여호와 로이(시 23:1) 여호와 삼마(겔 48:35)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출애굽기는 또 다른 이름인 여호와 라파를 소개합니다.

이스라엘이 홍해를 건너 마라에 당도했으나 마실 물이 없었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갈증 때문에 백성들은 폭발하고 맙니다. 모세가 부르짖자 하나님은 한 나무를 가리키며 그 나무를 던져 단물로 바꾸십니다. “모세가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여호와께서 그에게 한 나무를 가리키시니 그가 물에 던지니 물이 달게 되었더라 거기서 여호와께서 그들을 위하여 법도와 율례를 정하시고 그들을 시험하실새.”(25절) 여호와 라파가 여기 등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고대 근동에서 라파는 병을 고치다(아람어) 꿰매다의 뜻으로 아랍어는 수선하다 짜깁다 달래다(에티오피아) 등으로 쓰입니다. 히브리어 라파는 본래 사막의 짠 물을 마실 수 있게 하다는 뜻과 연관됩니다.(왕하 2:21~22, 겔 47:8) 구약성경에 고치다 깁다(출 21:19) 치료하다(레 13:18, 14:3, 신 28:27) 의사(창 50:2, 대하 16:12)라는 의미로 두루 쓰입니다.

또 온전케 되다(렘 19:11) 하나님의 치료(창 20:17) 구원(시 107:20) 등으로 확대된 적도 있습니다. 공동체의 치유(호 6:1, 사 57:18~19, 렘 6:14) 개인의 고통(렘 17:14, 시 41:4) 아픔(시 147:3)을 위로하고 회복시키는 경우도 있으며 용서와 축복(사 53:5) 회복과 구원(신 32:29)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한글은 대부분 치료라는 뜻의 영어인 ‘큐어(cure)’를 살리고 있으나 사실은 ‘힐(heal)’, 즉 치유로 읽어야 합니다. 전자가 질병의 개선이나 회복을 뜻한다면 후자는 근원적 변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관과 세상에 대한 태도를 갖게 하는 데서 나오는 철저한 고침을 의미합니다.

독일어 ‘하일런(heilen)’은 앞의 두 가지를 함축합니다. 곧 온갖 병증의 치유와 소리, 곧 계명과 규제와 법도를 선포합니다. 율법에 순종하고 그 계명을 따르면 각종 질병으로부터 고통받지 않을 것입니다.(신 28:27~28) 치유자 하나님을 신뢰하며 순종해야 할 때입니다.

25절에는 치유와 구원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때 한 나무를 ‘가리키십니다’. 이 말의 히브리어 ‘야라’에서 사실 토라가 나옵니다. 그러므로 여호와 라파는 쓴 물을 단물로 바꾸어 마시게 하는 기적을 뜻하고, 하나님의 말씀 토라는 이스라엘을 구원으로 이끌어 영원히 살게 합니다.(신 32:39)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계약 조문에 적힌 권위적인 표현이라면 ‘너의 치유자 여호와’는 찬미하는 표현입니다. 마라의 쓴 물을 변화시켜 마실 수 있게 하시듯 하나님은 순종하는 자의 질병을 고치고 온전케 하여 마침내 구원의 기쁨을 얻게 하십니다. 여호와는 이스라엘을 회복하고 구원하는 하나님으로서 그의 백성에게 여호와의 소리, 곧 계명과 규례와 법도를 선포합니다. 율법을 순종하고 계명을 따르면 각종 악성 종기와 질병으로부터 고통받지 않을 것입니다.(신 28:27~28)

김창주 한신대 명예교수

◇김창주 명예교수는 한신대와 같은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미국 시카고신학교(구약학, 유대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한신대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