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리아 레이디’의 조연재 “드라마 발레의 매력에 빠졌어요”

입력 2025-04-26 00:09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조연재가 오는 5월 무대에 오르는 존 노이마이어 안무 ‘카멜리아 레이디’ 개막공연 타이틀롤로 낙점됐다. 거장 안무가 노이마이어는 지난해 ‘인어공주’ 이어 2년 연속으로 조연재를 선택했다. 윤웅 기자

지난해 한국 발레계 최고의 화제작은 국립발레단 ‘인어공주’였다. 이 작품은 안데르센의 동명 동화와 거장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86)의 현대적 상상력이 만나 탄생한 드라마 발레다. 노이마이어는 ‘인어공주’ 개막공연의 타이틀롤로 솔리스트 조연재(29)를 지명했다.

근래 국립발레단의 단골 주역인 조연재는 ‘인어공주’에서 세밀한 표현력으로 호평받더니 지난 1월 마침내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2018년 가장 낮은 등급인 코르드발레2로 입단한 지 7년, 솔리스트 승급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그리고 올해 5월 7~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발레단이 선보이는 노이마이어 안무 ‘카멜리아 레이디’ 개막공연 타이틀롤 역시 조연재에게 돌아갔다. 수석무용수 승급 이후 첫 정기공연을 앞둔 조연재를 최근 국립발레단 연습실에서 만났다.

“드라마 발레는 무용수가 역할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데요. 제가 드라마 발레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해서 지난해 ‘인어공주’ 연습 초반엔 캐릭터 파악이 어려웠는데, 노이마이어 선생님의 가르침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조연재가 출연한 지난해 ‘인어공주’ 공연. 국립발레단 제공

드라마 발레는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주인공의 심리 표현을 중시하는 연극적인 발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의 친정인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노이마이어에게 의뢰해 만든 작품이 바로 ‘카멜리아 레이디’다. 1978년 초연과 동시에 걸작의 반열에 오른 이 작품은 1981년 노이마이어가 예술감독이던 함부르크 발레단에서도 선보였다. 그리고 오랫동안 두 발레단만의 레퍼토리였다가 2000년대 후반부터 라이선스가 허가돼 파리오페라발레, 아메리칸발레시어터 등에서 선보였다. 그리고 올해 한국 국립발레단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라이선스를 획득해 공연한다.

“원작 소설 ‘동백꽃 아가씨’를 읽었지만, 발레에서 폐결핵 걸린 여주인공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그런데, 운이 좋은 건지 연습 초반에 평상시 걸리지 않던 심한 기침감기에 걸렸습니다. 덕분에 폐결핵에 동반되는 기침과 가슴 통증을 상상이 아닌 경험에서 체득해 연기할 수 있게 됐어요. 하하.”

왼쪽부터 존 노이마이어(왼쪽)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트레이너 마레인 레드마커르와 함께 국립발레단의 ‘카멜리아 레이디’ 리허설을 지켜보는 모습. 조연재가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으로부터 지도받는 장면. 국립발레단 제공

특히 ‘카멜리아 레이디’는 강수진 단장에게 1999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안긴 작품이다. 한국에도 2002년과 2012년 강 단장이 출연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내한공연으로 선보인 바 있다. 강 단장은 이번에 노이마이어의 트레이너와 함께 ‘카멜리아 레이디’ 주역들을 직접 가르치고 있다.

“단장님이 직접 춤추며 감정 표현을 보여주거나 설명하기 때문에 배우는 입장에선 정말 좋아요.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처럼 리허설이 즐거운 적도 없었던 것 같아요. 춤으로 감정이 오가고 대화를 하는 드라마 발레의 매력을 계속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마농’ 같은 드라마 발레도 추고 싶습니다.”


조연재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작한 발레에 재능을 보였지만 중학교 진학 이후 공부를 권유한 부모님의 뜻에 따라 발레를 중단했다. 하지만 발레리나의 꿈을 못 접고 고등학교 때 다시 발레를 시작해 세종대 무용과에 진학했다. 201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하며 프로 발레리나로서의 꿈을 이룬 것은 물론 금세 간판 무용수까지 됐다. 국립발레단이 손꼽는 조연재의 최고 강점은 빠른 습득력과 기복 없는 성실함이다. 조연재는 “다른 무용수들도 그렇겠지만 나 역시 자신의 춤에 만족 못하기 때문에 좀 더 잘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엄격한 편”이라면서 “부상을 막기 위한 운동을 매일매일 하면서 무용수로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피력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