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도시’ 속 예수] AI와 설교자의 소명

입력 2025-04-26 03:08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목사들 사이에 설교 준비를 위해 인공지능(AI) 사용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어디를 가도 AI의 능력에 감탄하는 교회 지도자들을 만나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AI 플랫폼은 특정 주제에 맞춰 매우 정교하고 인상적인 설교 개요, 설명, 해설, 적용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AI와 관련해 목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이 단지 기술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목회자라면 설교 준비에 피와 땀을 쏟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안다. 따라서 말씀을 제대로 다루는 능력 자체를 포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이 책임을 로봇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교인들을 잘 아는 것, 그들의 특별한 필요와 유혹, 그리고 소망에 대한 정확한 지식은 목회자에게 필수이다. 좋은 설교가 요구하는 개인별 맞춤 접근 방식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설교자는 AI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경고는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이건 마치 대학생들에게 논문 개요 작성에 챗GPT 사용은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핵심은 이것이다. 당신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위해 이미 AI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면 무엇이 문제가 되겠는가. 우리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

존 파이퍼 목사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 AI는 인간의 학습과 문제 해결 방식을 모방해 놀라운 정확도로 단어 패턴을 파악하고 예측한다. 하지만 인공 감정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로봇은 감정을 느낄 수 없고 예배할 수 없다. 오직 인간만이 하나님을 알고 그분을 즐길 수 있다. 로봇이 경배나 감사의 단어 패턴을 흉내 낼 수는 있지만 예배하고 감사하는 건 오직 인간만이 가능하다. 파이퍼 목사는 말한다. “예배는 단지 컴퓨터가 올바르게 수행하는 사고가 아니다. 예배는 하나님에 대한 올바른 감정이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설교자는 단순히 정보 전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목회자의 소명은 단지 성경 본문에 대한 해설을 제공하거나 성경 단어와 구절에 대한 내용을 반복하거나 요약하는 것 이상이다. 샘퍼드대 비슨신학대학원 로버트 스미스 교수의 말처럼 우리는 주해 안내자가 돼야 한다. 스미스 교수는 “주해 안내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을 하나님의 영의 능력에 의지하여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 앞으로 인도한다. 그 결과, 그들이 변화를 경험하도록 한다”고 말한다.

말만으로 이 소명을 이룰 수 없다. 예배는 설교의 전제 조건이자 정점이다. 목회자는 교인들의 마음을 이끌어 왕이신 예수님을 찬양하게 한다. 신학은 예배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감당한다. 선교의 목표는 예배이며 설교의 핵심은 예배이다. 설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바라보고 그의 선하심과 은혜에 경외심을 갖는 것이다.

로봇은 예배할 수 없다. 따라서 설교 준비를 로봇에게 의존하는 것은 좋은 설교의 필수 요소인 마음을 포기하는 행위이다. 그래서 파이퍼 목사는 설교 초안을 로봇에게 맡기는 것을 악한 일이라고 말한다. 설령 나중에 다시 검토하고 여기저기 수정하더라도 말이다.

그는 왜 그토록 강한 표현을 사용했을까. 하나님은 설교자의 마음에서 일어나지 않았거나 설교자와 관계없는 감정 또는 설교자에게 진리가 아닌 생각을 통해 교인들의 마음에 어떤 역사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설교는 말씀이 불러일으키려는 감정을 교인들이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하고 예시하고 그들의 교화를 위해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다음세대가 마음이 담기지 않은 설교를 물려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건 어떤 설교인가. 온갖 감동적인 단어는 많지만 말씀에 의해 불타오른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은 설교, 설교자의 영혼을 꿰뚫어 생긴 상처를 찾아볼 수 없는 설교, 하나님을 향한 경외와 찬양은 넘치지만 정작 교인들이 경험하는 고난의 무게는 체감하지 못하는 설교, 마음이 없는 설교는 곧 능력이 실종된 설교이다.

트레빈 왁스

◇트레빈 왁스는 라이프웨이크리스천리소스의 커뮤니케이션학과 부학장이며 휘튼대학 외래교수로 있다. ‘디스 이즈 아워 타임’ ‘일그러진 복음’ ‘우리 시대의 6가지 우상’ 등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