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상하이 국제 모터쇼’가 지난 23일 개막했다. 26개국에서 1000개가 넘는 기업이 참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던진 ‘관세 폭탄’으로 인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역대급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신차만 100대가 넘는다.
전시장 규모가 36만㎡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전체 면적(3만8231㎡)의 10배 수준이다. BYD(비야디), 상하이자동차(SAIC), 창안자동차, 베이징자동차, 광저우자동차, 지리자동차, 둥펑자동차 등 중국 업체들과 토요타,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혼다, 닛산, 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총출동해 광활한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미국이나 독일 등 자동차 본고장에서 열리는 모터쇼의 규모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과 상반된 분위기다. 주최 측은 “올해 모터쇼에 역대 가장 많은 기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이다. 중국 업체가 빠르게 내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번 모터쇼에서 중국 업체들의 치열한 기술 경쟁이 펼쳐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NIO)의 신규 브랜드 ‘온보’(ONVO)와 ‘파이어플라이’가 이번 모터쇼에서 데뷔전을 가졌다. 니오는 교환식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 회사다. 그러나 파이어플라이는 고정형 배터리를 기본옵션으로 장착한 전기차를 선보였다. 11만9800위안(약 2335만원)부터 시작한다. 중국 신생 전기차 업체 립모터도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만든 내수 전략형 전기 세단 ‘B01’을 최초 공개했다.
BYD는 약 40만 위안(약 7800만원)의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콘셉트카를 처음 공개했다. 저가 전략을 앞세웠던 BYD는 이 차를 계기로 가격 정책에 변화를 줄 것으로 알려졌다. BYD 산하 브랜드 왕왕, 덴자, 팡청바로 등도 따로 부스를 차렸다. 지커는 브랜드 최초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9X’를 공개했다. 지리차는 신에너지차 브랜드 ‘지리 갤럭시’의 인공지능(AI)을 탑재한 SUV를 공개했다. 화웨이가 중국 완성차 업체와 합작해 만든 브랜드 연합 ‘하모니 인텔리전트 모빌리티 얼라이언스(HIMA)’도 이번 모터쇼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획기적으로 성능을 개선한 전기차 배터리도 등장했다. 세계 1위 배터리 회사 CATL은 신형 나트륨 이온 배터리 ‘낙스트라’(Naxtra)와 충전 속도를 높인 ‘선싱’(Shenxing)을 선보였다. 특히 선싱은 5분 충전으로 520㎞를 주행할 수 있다. 지난달 BYD가 5분 충전으로 470㎞ 주행이 가능한 ‘메가와트 충전기’를 선보여 화제가 된 지 한 달 만에 이보다 앞선 기술력을 공개한 거다.
중국 업체들은 전동화를 넘어 자율주행 기술력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승용차 가운데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차량은 57.3%다. 올해는 65%를 넘어설 전망이다. BYD, 지커, 창안차, 리오토, 샤오펑, 립모터 등은 이번 모터쇼에서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최신 기술을 반영한 신형 전기차를 들고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히기로 하면서 발생할 미국 시장에서의 손실을 중국 시장에서 만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의 판매 점유율은 31% 수준이다. 5년 전인 2020년(64%)보다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갈수록 중국 판매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번 모터쇼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특히 중국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전기차를 들고 온 업체가 많았다. 토요타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신형 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벤츠는 첫 고급 밴 ‘비전 V’와 중국 전용 보급형 전기차 ‘CLA 롱휠베이스’ 등을 최초 공개했다. 아우디는 중국 전용 전기차 브랜드 ‘AUDI’의 첫 양산차 ‘E5 스포트백’을 내놨다. 게르놋 될너 아우디 CEO는 “이번 전시회에서 아우디가 중국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BMW그룹은 고성능 시험 차량인 ‘BMW 비전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를 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향후 출시할 신차의 주행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특별 제작한 시험용 차량이다. 최대토크는 1만8000Nm에 달한다.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은 “BMW의 중국 네트워크는 독일을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로 이는 우리의 헌신이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기술 발전은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고 우리는 중국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도 중국 전용 전기차 ID.에라, ID.에보, ID.아우라 등 3종을 새로 선보였다.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고급 브랜드 캐딜락은 발표 무대에 중국 탁구 국가대표 판전둥 선수를 등장시켰다. 포드는 신형 픽업트럭 ‘F-150’을 전면에 내세웠다. 파이낸설타임스(FT)는 이번 모터쇼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모터쇼에서는 처음으로 모빌리티 관련 기업의 수장들이 모여 ‘2025 글로벌 자동차 리더 라운드테이블’ 포럼을 가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았다. 대신 모터쇼가 열리는 날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가 중국 매체를 대상으로 신형 전기 SUV ‘일렉시오’(ELEXIO) 공개행사를 열었다.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한 맞춤형 전기차다. 올해 하반기 정식 출시 예정이다. 오익균 현대차 중국권역본부장(부사장) 겸 베이징현대 총경리는 “중국은 현대차 관점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일렉시오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중국 시장에 최적화된 6종의 신에너지차 제품군을 구축해서 중국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에 맞는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중엔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가 참가했다. 300㎡ 규모의 부스를 차렸다.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AR-HUD), 사운드 데모카 등 현지 특화 신기술 2종을 공개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