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대항해 시대’의 주인공은 항상 유럽의 정복자와 탐험가들이었다. 당시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피정복자이자 약자로서만 존재했다. 아즈텍 문명 연구 권위자인 저자는 당당히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대항해 시대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복원한다.
유럽으로 건너간 원주민들은 노예로 전락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저자는 역사의 기록을 복원해 노예가 된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수없이 법정에 서고, 변호사를 고용하며, 국왕에게 적극적으로 탄원하는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외교사절, 통역사, 탐험가, 작가와 의사로 활약한 수많은 원주민도 발굴한다. ‘아즈텍-멕시카’를 무너뜨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스페인과 동맹을 맺은 틀락스칼라인들과 펠리페 2세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고 당당히 외교를 수행한 마야 족장, 교회를 짓겠다며 스페인 왕실에 끊임없이 돈을 요구한 라디노(스페인에 동조한 아메리카 원주민) 등이 그들이다.
저자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가 주류 역사에서 배제되거나 억압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각주나 흥미로운 일화에 머물지 않도록 귀를 기울여달라고 요청한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