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해?
그냥 은행에서 나눠 준 달력 생각해
돈을 불러온대서
줄 서서 받은 거?
응, 올해 휴일은 이틀 늘었대 동그라미 쳐두었지
그런 이야기 하고 있는데 불현듯
희뜩번뜩한 날치 떼를 보고 싶어졌다
열차에 타고 있으면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하지만 실은 그냥 오래 쪼그린 상태
설핏 졸던 네가 문득 빨간 실타래를 꺼냈다
그 털실은 아주 두꺼워서 순식간에 손가방이 완성되더라
그런 실이 필요했어
이틀 늘어난 휴일을 단단히 옭아매어
마음 놓고 우리를 내던질 수 있도록
우리가 모르는 곳으로
은행도 달력도 없는
바다에서 바다 밖으로
솟구쳐 나는 은빛 지느러미처럼
잠시
-김보나 시집 '나의 모험 만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