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청산 대상 언급한 ‘PBR 0.2배 미만’ 기업은 49곳

입력 2025-04-23 19:05 수정 2025-04-24 00:15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최근 ‘증시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언급한 주가순자산비율(PBR) 0.2배 미만 기업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49곳(거래 정지 제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B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주가가 자기자본의 몇 배에 거래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PBR이 1보다 낮다는 건 주식이 순자산 가치에 비해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즉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이 후보는 지난 21일 금융투자업계 간담회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배, 0.2배인 회사들이 있지 않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하든지 해서 빨리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기업을 시장에서 내쫓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자는 게 발언의 취지다.


국민일보가 23일 하나증권에 의뢰해 받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종목별 PBR 현황’을 보면 전날 종가 기준 2520곳 기업 중 1325곳(52.6%)이 PBR 1배 미만이다.

세부적으로 PBR이 0.5배가 되지 않는 기업은 619곳으로 전체의 24.56%를 차지했다. PBR이 0.1배 미만인 곳은 2곳, 0.1~0.19배에 해당하는 기업은 47곳이었다. 이 중 코스피 상장사는 롯데쇼핑 동국홀딩스 현대제철 한화생명 영풍 한진 등 33곳, 코스닥 상장사는 하림지주 등 14곳이다.


PBR 0.2~0.29배인 기업은 154곳으로 조사됐다. 코스피 상장사 103곳, 코스닥 51곳으로 이 구간에서는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이 훨씬 더 많았다. 현대차증권과 한화손해보험 삼양홀딩스 이마트 롯데지주 GS 미래에셋생명 동국제강 SK 등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PBR 1배 미만은 시총 1위 삼성전자(0.95배)를 비롯해 현대차(0.45배) 기아(0.61배) KB금융(0.54배) 4곳이다. 미국 뉴욕증시 PBR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5.15배, 나스닥100은 6.6배다.

한국 증시에서 낮은 PBR은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사업 모델 불확실성 등이 반영된 결과인 경우가 많다. ‘쪼개기 상장’과 같이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투자자 신뢰를 저버리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투자금이 빠져나가 PBR이 하락한 것이다. 투자자는 통상 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데, 낮은 PBR에도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기업의 청사진이 부재하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주식의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된 밸류업 프로그램이 더욱 중장기적인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은 기업과 투자자 모두 단기적으로 PBR을 높일 수 있는 주주환원에 지나치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자본시장의 온정주의 문화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내실 없는 기업은 증시에서 곧장 퇴출된다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주주환원, 투자 등이 활발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한국은 비전이 없어 기업들이 다 망연자실해 있지 않나”라며 “증시는 실물경제의 ‘그림자’일 뿐인데, 실물에서 무언가 팔딱팔딱 살아 움직이는 게 있어야 지수가 5000을 가든 말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