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닫힌 한국… 내수 경제성장 기여도 주요국 중 최하위

입력 2025-04-24 00:11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에 있어 내수 부문 기여도가 주요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이 미국의 관세정책에 위축된 상황에서 이를 만회할 탄탄한 내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지만, 올해 역시 뚜렷한 회복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내수 부진이 단기적 경기 침체를 넘어 장기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1% 포인트에 불과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2.0%로, 이 중 내수가 성장률을 높이는 데 0.1% 포인트 기여했다는 의미다. 2021년 4.1% 포인트, 2022년 2.7% 포인트, 2023년 1.4% 포인트 등 최근 4년간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이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경제 규모 상위 20개국 중 관련 통계가 있는 10개국을 대상으로 집계한 평균 내수 기여도는 1.6% 포인트였다.

인도네시아가 5.5% 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스페인(2.8% 포인트), 영국(2.4% 포인트), 스위스(1.7% 포인트), 캐나다(1.5% 포인트) 순이었다. 한국은 네덜란드(0.8% 포인트), 이탈리아(0.4% 포인트), 독일·프랑스(각 0.3% 포인트) 다음으로 10개국 중 최하위였다.

반면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1.9% 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2위인 프랑스(0.9% 포인트)의 2배가 넘는 수치로 부진한 내수를 그나마 수출이 만회하며 성장률을 이끌었다.

문제는 올해다.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 구조상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보완해 줄 내수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일단 소비심리 자체가 꽁꽁 얼어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8로 지난달에 비해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5개월째 100선을 밑돌고 있다. CCSI가 100보다 낮으면 장기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이 누적되면서 국내 소비 부진이 장기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내수 회복 전망을 어둡게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발표한 ‘내수소비 추세 및 국제비교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내수 소비는 1996년을 기점으로 장기적인 하락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88년 이후 외환위기(1997년), 카드대란(2003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코로나19(2020년) 등 네 차례 경제 충격을 거치며 소비 성장률이 계단식으로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1988~1996년 9.1%에 달했던 평균 소비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0년 코로나19 이후에는 1.2%까지 떨어졌다.

소비 둔화 흐름은 GDP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 감소로 이어졌다. 내수 비중은 2002년 56.3%에서 2021년에는 47.1%까지 하락했다. 한국의 내수소비 비중은 2023년 기준 OECD 38개국 중 28위에 그쳤다. 경제 규모 1조 달러 이상 12개국 중에서는 11위로, 네덜란드 다음으로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황인호 백재연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