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 “조선업 지렛대 삼아 트럼프 도우면 관세협상 유리”

입력 2025-04-23 18:56
정몽준(앞줄 왼쪽)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과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아산 플래넘 2025’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23일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협상을 할 때 조선업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한국이 핵무기 관련 미국의 의사 결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주요 7개국(G7)과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에 포함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캠벨 전 부장관은 이날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아산 플래넘 2025’ 기조연설에서 “한·미 상호관세 협상이 곧 시작될 텐데 한국팀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대미 투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데 조선업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조선업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한국은 대형 함정을 건조하고 구축하는 능력이 좋다”며 “한국이 도움을 주면 파트너십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조선 분야를 협상 채널로 삼아 다른 분야로 확대하면 방향성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캠벨 전 부장관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마지막 국무부 부장관을 지내며 ‘아시아 차르’라 불리는 등 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 관련 대외 정책을 총괄했다.

그는 “한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보여주는 놀라운 활약과 자신감, 적극적인 자세를 봤을 때 더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며 한국이 G7과 쿼드에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군사적 핵무기에 관한 미국의 의사결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아시아 전역의 핵확산을 막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동맹국에 대한 핵우산을 보장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캠벨 전 부장관은 미·중 관계에 대해 “양국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군사뿐 아니라 경제 측면에서도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신행정부는 독자적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러면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라 ‘미국 나 홀로’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축사에서 “역내 그 어떤 나라도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미·중 전략경쟁이 ‘제로섬 게임’으로 발전하는 상황을 바라는 나라도 없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우리의 대중 관여는 여러 측면에서 미국의 이해에도 부합한다”며 “중국에 대한 관여는 21세기 강대국 간 전쟁 방지라는 목표에도 더욱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는 폴 월포위츠 전 미국 국방부 부장관 및 전 세계은행 총재, 카렌 하우스 전 월스트리트저널 발행인, 존 햄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CEO, 랜달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차관보,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자칭궈 베이징대 교수 등 글로벌 외교·안보 전문가 50여명이 참석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