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무료로 상업적 사용이 가능한 생성형 인공지능(AI) 경량 모델을 공개한다. 국내 주요 모델 중에서는 첫 시도로 중 소규모 업체들의 AI 접근성을 늘리고 국내 실정에 맞는 소버린(주권) AI의 필요성을 증명하겠다는 포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델을 활용해 소버린 AI를 구현하겠다는 KT에 대해서는 “상표만 갈아 끼운다고 소버린 AI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견제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23일 서울 역삼 네이버스퀘어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24일 공개하는 하이퍼클로바X 시드(SEED) 모델 3종(3B·1.5B·0.5B)을 소개했다. 시드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 정보도 처리할 수 있으며 그래프 이해·사진 묘사 능력을 갖췄다. 경량 모델이기 때문에 업체가 사용하는 컴퓨터에 내려받아 인터넷 연결 없이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드를 활용하는 업체들은 상품의 정보를 인식해 광고 문구를 만들거나 국내 여행지 정보를 안내하는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시드만으로도 유용한 AI 활용 작업 상당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I 개발을 위한 계열사 간 연합체인 ‘팀 네이버’ 내 작업의 42%가 3B(10억 파라미터) 이하 규모 모델을 사용해 이루어졌다. 성능 역시 알리바바의 큐원 2.5 3B 등 비슷한 규모의 글로벌 모델과 비교했을 때 준수하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네이버가 모델 공개에 나선 배경으로 한국 대표 소버린 AI로서의 책임감을 언급했다. 김 대표는 “스타링크가 없는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외부 결정에 휘둘리듯이 소버린 AI 유무가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사업자들이 해외 빅테크의 AI 모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활용의 방향성이나 사용 가능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모델을 소버린 AI라고 부르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네이버는 올 상반기 내 하이퍼클로바X의 추론 특화 버전도 공개할 예정이다. 새 모델에 “제주도 서귀포 인근에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여행지를 추천해주고 숙소도 예약해줘”라고 지시하면 모델은 스스로 사고 단계를 나누고 답변 계획을 세운다. 모델은 외부 검색·숙소 예약 도구를 호출할 수 있어 실제 예약이 가능하며 숙소를 찾지 못한다면 인근 지역으로 검색을 확대한 뒤 사용자에게 대안까지 제시해준다. 새 모델은 텍스트 외에도 음성을 이용한 지시와 결과물 생성이 가능한 멀티모달 기능도 업그레이드한다. 사용자가 지시하는 감정이 담긴 음성을 만들어낼 수 있고 자연스러운 양방향 대화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해외 클라우드 사업자(CSP)들이 국내 공공클라우드 시장 진출을 준비하며 클라우드 보안인증제도(CSAP) 완화를 요구하는 것에 강한 경계심을 보였다. 김 대표는 “(CSAP는) 안보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며 “외산 CSP들이 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것은 도를 넘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