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부가 23일 서울에서 ‘제3차 해양협력대화’를 열고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중국이 무단 설치한 철골 구조물(사진)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는 양국 간 해양경계획정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중국이 일방적으로 서해 PMZ에 구조물을 설치한 것에 항의하며 자제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중 회의에는 강영신 외교부 동북·중앙아국장과 훙량(洪亮) 중국 외교부 변계해양사 국장이 양국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한·중 해양협력대화는 2019년 12월 한·중 외교장관 합의로 신설됐으며, 대면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논의 주요 대상은 중국의 서해 철골 구조물 무단 설치다. 중국은 2018년부터 서해에 대형 철골 구조물을 설치해 왔다. 이미 2기가 들어섰고, 1기를 추가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MZ는 한·중 입장차 탓에 서해 해양경계획정 협상에 진전이 없자 어업분쟁 조정을 위해 2000년 한·중 어업협정을 체결한 지역이다. 양국이 절충한 중간수역인 셈이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구조물 알박기’를 통해 향후 영유권 주장을 위한 근거를 만들려고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은 2010년 서해를 ‘내해(內海)’로 규정했으며, 2012년 남중국해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영유권을 확장한 바 있다. 정부는 국내의 이 같은 우려를 전달하며 중국 당국의 성의 있는 조치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 측 조치에 비례해 양식시설을 포함한 구조물을 우리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어업용 양식 시설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앞서 중국 외교부 궈자쿤 대변인은 지난 21일 “한국 측이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접근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이 미국 대응을 위해 주변국에 유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측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당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서해 구조물에 대해 항의하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해양 권익에 대한 상호 존중이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소통을 지속해 나가자”고 답한 바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