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중 관세전쟁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관해 온건한 메시지를 냈다. 중국의 강경한 맞대응으로 관세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파월 의장 해임 압박으로 주식시장이 요동치자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이 중국과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지 묻자 “우리는 중국과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매우 잘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잘 올라가고 있다”며 “지금은 과도기이긴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뿐이고 우리는 모든 나라와 잘 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또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하지 않겠다. 시진핑 주석과 우리는 아주 잘 지낼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우리는 그들과 거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중국 관세율 145%에 대해 “매우 높다”면서 “그 정도로 높게 있지는 않을 것이며 매우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파월 의장에 관해서도 “나는 그를 해고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말을 거듭하면서 “그가 금리 인하 아이디어에 좀 더 적극적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에 대해 “거대한 패배자”라고 부르며 “내가 그를 내보내길 원하면 정말 빨리 내보낼 수 있다”고 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태도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의 명백한 유턴”이라며 “트럼프 측근 중에 미국 주요 기관의 독립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이 있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시장에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좌충우돌하는 트럼프의 ‘가드레일’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트럼프의 입장 선회에는 최근 뉴욕증시 폭락과 국채 가격 하락(국채 금리 상승), 달러화 가치 하락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진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참모들도 트럼프와 코드를 맞추며 중국을 향해 온건한 메시지를 내놨다. CNBC방송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이날 한 행사에서 대중국 관세와 관련해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해선 “아주 가까운 장래에 완화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관세 협상이 진전될 것이라는 낙관론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2.6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2.51%, 나스닥종합지수 2.71% 등 3대 지수가 모두 2%대 상승 마감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한때 98.013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이날 낮 12시45분 기준 99.29로 회복했다.
트럼프가 시장 반응에 따라 치고 빠지는 듯한 모습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일에는 국가별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 13시간여 만에 중국을 제외한 70여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