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나침반이 된 성경말씀] 내가 찾기도 전에 먼저 다가오신 하나님

입력 2025-04-26 03:02
“예수께서 그 곳에 이르사 쳐다 보시고 이르시되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 하시니.”(눅 19:5)


내가 처음 교회에 나가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이태형 기록문화연구소장(전 국민일보 기자)의 전도 덕분이다. 갓 달군 쇠가 가장 뜨겁듯 대학에 들어가 예수님을 만나고는 너무 기쁘게 생활했다.

“너 술 먹니?” “아뇨.” “담배 피우니?” “아뇨.” 오가는 대화 끝에 선배가 “무슨 재미로 사니”라고 도발하듯 물으면 속으로 ‘예수 안 믿는 형은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아요’라고 되묻고 싶을 정도로 즐겁고 행복했다.

문제는 내 신앙의 업 앤드 다운(up & down)이었다. 은혜가 넘치고 즐거울 때는 하나님 존재를 가까이 느꼈지만 은혜가 멀어지거나 고통스러운 일이 닥쳤을 때는 하나님이 안 계신 것 같았다. 말씀대로 살 때는 내가 신앙인 같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내 믿음이 혹시 거짓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예배와 기도회에서 눈물로 기도하며 주를 위해 살겠다고 다짐한 것도 분위기에 휩쓸렸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믿음의 내적 갈등에 싸여 있던 나를 하나님은 그대로 두지 않으셨다. 대학교 2학년인지 3학년인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학교 기독동아리 연합집회에 이동원 목사님이 강연자로 오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아리원은 아니었지만 유명 목사님 설교가 듣고 싶었다. 당시 설교 본문은 누가복음 19장의 삭개오 이야기였다. 예수님은 삭개오를 보시고 먼저 말을 거셨다. 우리가 예수님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먼저 찾아오셨다는 그 설교는 ‘진양아,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겠다’는 말씀처럼 들렸다. 내가 찾기도 전에 그분이 먼저 나를 찾아오셨다. 구원의 확신에서는 내 상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이 기준이 돼야 한다는 깨달음이 나를 희열로 들뜨게 했다. 답답했던 신앙의 병목이 뻥 뚫린 게 너무 기뻐서 학생회관부터 학교 정문까지 숨찬 줄도 모르고 한달음에 뛰어갔던 기억이 40년도 더 흐른 지금도 생생하다.

그 이후로 이 말씀은 내가 하나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구절이 됐다. 오래 다니던 직장에서 타의로 나오게 됐을 때, 간절한 기도에도 응답이 없다고 느꼈을 때도 그랬다. 내 삶이 힘들거나 하나님이 계시지 않은 것 같은 상황을 맞닥뜨릴 때면 늘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며 용기를 얻는다. 앞으로도 이 말씀은 나와 함께할 것이다. 내 장례식장에서도 적혔으면 한다.

<약력>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연동교회 장로 △‘한국교회진단리포트’ 공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