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이 늘자 50~60대의 씀씀이가 줄어 경제성장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 20년(2004~2024년)간 전 연령층의 평균소비성향이 7.8% 포인트 하락했는데 이 중 50~60대 하락 비중이 3.9% 포인트로 절반이나 차지했다. 이 기간 기대수명이 77.8세에서 84.3세로 6.5세 늘었으나 퇴직 연령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긴 노후에 대비해 소비를 억제해온 결과로 풀이된다.
자산을 상당히 축적한 50~60대 연령층이 소비억제를 주도하는 현상은 내수 기반을 흔들어 저성장 구조의 고착화를 불러올 수 있다. 단순히 생애 주기적 현상으로 치부하기보다는, 노동시장과 복지시스템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정치권이 정년연장 문제를 공론화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치 않다. 국민의힘은 퇴직 후 재고용을 중심으로 한 ‘정년 유연화’를, 더불어민주당은 법정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자는 고용의 연속성을 보장하면서 청년층 일자리 압박을 완화하려는 목적이며, 후자는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의 불일치를 해소해 소득 공백을 줄이겠다는 접근이다. 양측 모두 나름의 타당한 논리를 제시하고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대 간 이해를 조율하고 지속가능한 고용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정년연장 논의는 청년 실업, 연금개혁, 경직된 임금체계 등 다양한 사회 현안과 얽혀 있는 만큼, 단순히 ‘청년 일자리 vs 노인 생계’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정책의 중심은 ‘일의 지속 가능성’에 두어야 한다. 능력과 의사가 있는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유연한 제도와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제는 단순히 정년 수치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고령층의 삶의 질과 경제활동 지속성을 함께 고려한 정책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