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은 조선의 ‘구국 영웅’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 480주년 되는 날이다. 장군은 지난해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설문조사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이순신 장군은 서울 중구 건천동(현 인현동)에서 태어나 경남 남해 관음포 앞바다에서 최후를 맞았다. 장군의 생애는 영화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 등과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임진왜란 1592’ 등에서 여러 차례 조명됐다.
노량해협(露梁海峽)은 경남 남해군 설천면 노량리와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 사이 바다다.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빠르다. 폭이 가장 좁은 곳에 1973년 남해대교가 개통됐다. 바로 옆에 2018년 완공한 노량대교가 웅장하게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다. 학익진 전술 등 모티브로 삼아 건설된 길이 3.1㎞ 현수교다. 이순신 장군의 ‘23전 23승’ 승리(Victory)의 의미를 담아 V자 모양의 경사 주탑을 적용한 것도 이색적이다.
노량해전은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전히 섬멸하기 위한 싸움이었다. 1597년 명량해전에서 패배한 왜군은 육전에서도 고전했다. 다음 해 8월 임진왜란을 시작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병사하자 왜군은 전남 순천 등지로 집결하며 철수를 서둘렀다. 소식을 접한 조선 수군의 총지휘관 이순신 장군은 명나라 원군과 함께 고니시 유키나가 부대를 섬멸하기 위해 노량 근해에 이르렀다. 조선을 짓밟은 원수들을 단 한 명도 살려 보내기가 싫었다.
노량 앞바다에서 조·명 연합 수군에 막힌 일본 수군은 남쪽 큰 바다를 향해 배를 돌린다. 그들이 큰 바다로 생각했던 건 바로 관음포였다. 관음포에 갇혀 궁지에 몰린 일본군은 결사적이었다. 이 와중에 이순신 장군이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장군의 최후였다.
노량대교를 건너면서 왼쪽 노량마을에 ‘남해충렬사’가 있다. 노량해전에서 순국한 이순신 장군의 충의와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사당으로, 노량충렬사라고도 한다. 인조 10년(1632년) 처음 세워진 뒤 현종 4년(1663년)에 통영 충렬사와 함께 임금이 내려준 현판을 받았다. 충무공이 전사한 뒤 시신을 한 때 모신 곳으로, 경내에는 가묘소도 마련돼 있다. 바로 앞에 거북선전시관도 있다.
고현면 차면리에 ‘이순신바다공원’이 있다. 장군의 유해가 처음 육지에 닿은 곳은 ‘관음포유적’ 또는 ‘이순신순국공원’으로 불리다 ‘이순신바다공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이순신바다공원에는 바다로 길쭉하게 뻗어나간 땅에 이순신 유적과 탐방로가 있다. 초입에 ‘戰方急愼勿言我死’(싸움이 급하니 내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는 장군의 유언을 새긴 비석이 우뚝 서 있다. 8m 높이 자연석에 새긴 이 유언비는 1998년 12월 16일(음 11월 19일) 이충무공 순국 400주년 추모식 때 제막됐다.
그 뒤로 이락사(李落祠)라는 작은 사당이 마련돼 있다. 이순신 장군 전사 234년 뒤인 1832년 장군의 8대손인 통제사 이항권이 유허비와 비각을 세운 곳이다. 비각에 걸린 편액은 ‘대성운해(大星殞海)’. ‘큰 별이 바다에 지다’라는 뜻이다.
이락사에서 약 500m 더 가면 길 끝에 2층 누각 첨망대(瞻望臺)가 반긴다. 첨망대에 서면 이 나라를 지켜내고 생명을 구해낸 노량해전의 전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공원에서 눈에 띄는 건물은 거북선을 형상화한 이순신영상관이다. 138석의 관람석을 갖춘 국내 최초 18m 돔형 입체영상관이다. ‘호국광장’으로 가면 노량해전 당시의 모습을 4000여 장의 분청 도자기에 그려낸 초대형 벽화인 ‘순국의 벽’과 함께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늠름하게 서 있다.
남해 산등성이에 조망이 뛰어난 성이 여럿 있다. 설천면과 고현면 경계인 해발 376m 대국산 정상에 대국산성이 있다. 출토된 유물이나 축성 기법에 비춰보면 삼국시대 말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국산성은 외성 둘레가 730m 정도로 남해군의 성곽 중 가장 크다. 바깥은 돌로 성벽을 쌓고 안쪽은 잡석과 흙으로 메웠다. 동남쪽과 북쪽 두 곳에 성문, 중앙에 건물과 연못 터가 남아 있다.
남면의 임진성은 대국산성을 빼닮았다. 임진왜란 때 왜적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해발 108m 낮은 봉우리에 관군과 백성이 힘을 합쳐 쌓았다고 한다. 그래서 민보성(民堡城)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실제는 통일신라시대에 처음 쌓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행메모
이순신바다공원 무료 입장·주차장… 두모마을 ‘파라다랑스’ 유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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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충렬사에서 관음포 이순신바다공원까지는 차로 10분 안팎이다. 유료였던 공원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자유로이 즐길 수 있도록 2019년 11월부터 무료입장으로 전환됐다. 이순신영상관도 무료다. 주변에 무료주차장이 넓게 조성돼 있다.
노량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의 유해가 최초로 육지에 오른 관음포에서 노량마을의 충렬사까지 운구 행렬이 지나간 길이 ‘이순신 호국길’로 조성돼 있다. 총 6.7㎞ 구간에 보통 걸음으로 2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남해의 봄 별미는 멸치다. 멸치조림쌈밥은 섬 내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창선마을과 미조항에 식당이 다수 있다.
봄철 남해에는 유채꽃이 만발한다. 유채꽃으로 유명한 가천다랭이마을은 올해 듬성듬성 심어져 예전만 못하다. 대신 상주면 두모마을에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 파라다이스와 다랑논의 합성어인 ‘파라다랑스’라는 테마공원이 조성돼 있다.
남해=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