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2중·3약’ 구도 속에서 치러진 국민의힘 대선 1차 경선에서 이철우 유정복 양향자 후보가 22일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각각 1억원의 기탁금을 내고 선거운동을 치른 기간은 단 일주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세 후보는 당 안팎의 이목이 집중된 대형 이벤트에 참여하며 체급을 높이는 등 부수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역 지방자치단체장인 이 후보와 유 후보는 각각 강성 보수층과 중도층에 어필하며 중앙정치와의 접점을 넓혔다. 대권 도전을 위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양 후보는 광주 출신의 여성 반도체 전문가로서 보수 진영에 안착할 공간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경북지사인 이 후보는 경선 기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임을 자처했다. 강성 보수층이 많은 지역 지지 기반을 다진 셈이다. 그는 경선 TV토론회 중 한동훈 후보를 향해 “왜 경솔하게 탄핵에 들어갔느냐”고 쏘아붙이며 탄핵 반대 후보 중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인천시장인 유 후보는 ‘윤보명퇴’(윤 전 대통령은 보내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퇴출해야 한다)를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내세우며 주목을 받았다. 병역자원 감소에 대응해 남녀 모두 의무 복무하는 ‘모두 징병제’나 무주택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한 ‘천원 주택’ 등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약 500여명이 참여하는 오픈채팅방에서 취재진과 실시간으로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유 후보는 이날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서울시의 대표 교육복지 플랫폼인 ‘서울런’을 인천 지역에 도입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경선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양 후보도 이날 오 시장과 만나 현안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
양 후보는 민주당 영입인재 출신으로 개혁신당에 몸담았다가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번 경선 레이스 참여는 보수층에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경선 기간 반도체 등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보여주면서 당 안팎에서는 향후 ‘반도체 벨트’로 분류되는 용인지역 선거에서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후보는 컷오프 발표 뒤 “이번 대선은 체제 전쟁’이다. 자유우파 국민들께서 반드시 똘똘 뭉쳐 적극 대처해서 위기를 타파해야 된다”는 입장을 냈다. 유 후보는 “대한민국이 더 큰 위기에 빠지지 않고 정의로운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소회를 남겼다. 양 후보는 “경선 기간 저의 소명에 집중했고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