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1만원 훌쩍, 그래도 잘 나간다

입력 2025-04-23 00:21

고물가와 경기침체에도 프리미엄 커피를 찾는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원두의 맛과 품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특별한 경험으로써 커피를 원하는 소비층이 두텁기 때문이다. 스페셜티 커피가 건재한 이유다.

22일 한국스페셜티커피협회(KSCA)에 따르면 국내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연평균 1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1조9200억원으로 추산된다.

스타벅스는 고급화 매장인 리저브 리브랜딩에 집중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60년 된 고택을 재해석한 매장(장충라운지R점), 강원 의암호 풍경을 볼 수 있는 매장(더춘천의암호R점) 등을 열어 호응을 얻고 있다. 특별한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까지 선사한다는 전략이다. 리저브 매장의 음료 가격은 5000~1만원 대로 스타벅스 일반 메뉴보다 비싼 편이다.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도 다양해졌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서울 소공동 본점에 ‘커피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모로코 헤리티지 커피 브랜드 바샤커피의 국내 2호 매장을 열었다. 바샤커피는 지난해 8월 강남구 청담플래그십 스토어에 첫선을 보인 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높은 관심을 받아 왔다. 바샤커피는 1만원대부터 시작해 48만원에 이르는 커피가 판매될 만큼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손 떨리는 가격이지만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호응을 받고 있다.

동서식품이 2018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커피 복합문화공간 ‘맥심플랜트’는 최근 재단장을 통해 스페셜티 커피 라인업을 강화했다. 맥심플랜트는 오픈 6년 만에 누적 방문객 112만명을 달성했다.

한국에 처음 상륙했을 당시 오픈런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블루보틀도 건재하다. 2019년 한국 진출 후 5년 동안 점포 수를 13개까지 늘렸다. 지난해 2월에는 미국의 3대 스페셜티 커피로 불리는 ‘인텔리젠시아’가 서울 종로구 서촌에 1호점을 열며 한국 시장에 발을 들였다.

당분간 커피 시장은 가성비와 프리미엄의 양극화 체제가 지속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커피는 일상에서 피로를 더는 ‘카페인 수혈’ 용도라면 스페셜티 커피는 취향과 차별화된 공간 경험을 위한 선택”이라며 “소비층이 다르기 때문에 스페셜티 시장도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