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 올 성장률 전망치 1.0%… 두달 만에 절반 ‘뚝’

입력 2025-04-22 22:02 수정 2025-04-22 22:05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IMF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21일 워싱턴DC에서 개막한 IMF·세계은행 춘계총회를 나흘 앞둔 당시 연설에서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세계 경제 전망에 하향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EPA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22일(현지시간) 글로벌 경제를 직격한 트럼프발(發) 관세 정책으로 올해 세계 성장률이 2.8%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월 전망한 3.3%에서 0.5% 포인트가 낮아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90일 유예’ 발표도 미국과 중국의 보복관세 등에 묻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봤다.

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도 지난 1월과 2월(모두 2.0%)의 절반인 1.0%로 대폭 하향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 상위국 중 멕시코(-1.7% 포인트) 태국(-1.1% 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조정 폭이 컸다. 내년에 반등해도 1.4% 수준에 머물 것으로 봤다.

IMF는 이런 내용의 ‘4월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세계 경제 리스크(위험)가 하방 요인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관세 부과와 뒤따르는 보복관세 조치,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 고금리와 높은 부채로 인한 재정·통화 정책 여력 부족, 금융시장 조정 가능성 등 세계 경제가 갖가지 불안 요소에 둘러싸였다는 것이다.

IMF는 무역 갈등의 중심에 선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대다수 국가가 ‘성장 쇼크’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먼저 미국과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각각 1.8%와 4.0%로, 지난 1월 대비 각각 0.9% 포인트, 0.6% 포인트씩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관세는 부과국(미국)에도 공급 충격으로 작용한다”며 “생산성 저하 및 생산비용 상승, 물가 인상, 경제활동 위축을 유발한다”고 꼬집었다. 중국에 대해서도 “건설·부동산 시장 부진과 소비 수요 위축에 미국과의 무역 긴장과 관세 부과까지 타격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한국을 포함해 꼽은 ‘최우선 협상 5개국’도 지난 1월 대비 올해 성장 전망이 일제히 낮아졌다. IMF는 영국과 일본, 호주가 모두 0.5% 포인트씩 내린 1.1%, 0.6%, 1.6%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인도도 기존 6.5%에서 6.2%로 하향 조정됐다. 미국의 주요 교역국인 멕시코가 1.4%에서 -0.3%로 역성장을 기록하고, 캐나다도 2.0%에서 1.4%로 하락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4.3%를 기록한 대만은 올해 2.9%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다.

IMF는 이번 전망이 지난 9일 상호관세 유예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가정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전망을 거의 마무리한 상황에서 지난 2일 미 백악관의 상호관세 발표로 모든 게 뒤바뀌었다”며 “우리는 두 달 걸리는 제작 일정을 열흘 안에 압축해 다시 해야 했다”고 했다.

IMF는 이어 세계 경제 전망을 상호관세 부과(4월 2일) 이전과 상호관세 유예 및 미·중 보복관세(4월 9일) 이후로 나눈 시나리오를 각각 제시했다. 먼저 지난 2일 이전까지는 세계 경제가 올해 3.2%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미국의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1차 관세와 철강·알루미늄 관세(25%)만 반영된 것으로 1월 전망보다 0.1% 포인트 낮은 수치다.

반면 9일 상호관세 유예에도 기본관세(10%) 및 미·중이 100% 넘는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세계 경제는 2.8%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미국과 중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일부 국가는 이득을 볼 수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의 파급효과로 전체 경제 성장은 둔화된다”고 설명했다.

희망적인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미국이 관세율을 인하하고 관세 협상이 진전될 경우 글로벌 경제가 즉각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린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이 현재의 관세 정책을 완화하고 무역 정책에 대한 명확성과 협력을 강화한다면 경제 전망은 즉시 밝아질 것”이라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