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1차 경선에서 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가나다 순) 후보가 컷오프를 통과했다. 이로써 2차 경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인 김·홍 후보와 찬성파인 안·한 후보 간 4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1차 경선은 100% 국민 여론조사로 실시됐는데, 역선택 방지를 위해 타 정당 지지층을 배제한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했다. 특히 안 후보가 탄핵 반대파인 나경원 후보를 꺾고 2차 경선에 진출한 것은 대선을 이기기 위해선 중도 확장성이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는 지지층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힘 1차 경선은 대선 경선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였다. 차기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토론보다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둘러싼 공방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심지어 서로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등 분열된 모습을 그대로 노출했다. 또 후보 토론에선 ‘키 높이 구두를 왜 신느냐’ ‘생머리냐 아니냐’ 등의 수준 낮은 질문이 넘치면서 ‘예능 경선’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무엇보다 후보들이 자신들의 가치와 미래 비전으로 경쟁하지 않고 죄다 ‘반이재명’을 외치느라 분주했다. 또 경선 와중에 당 내부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차출론’이 제기되면서 스스로 흥행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2차 경선에선 1차 때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탄핵 문제를 놓고 또다시 소모전을 벌여선 안 된다. 대선에서 중도층 마음을 얻지 못하고선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지금 중도층 민심은 탄핵은 정당했고,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빨리 결별하라는 것이다. 1차 경선 결과도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 2차 경선에서는 탄핵이 초래된 데 대한 이런 자기반성의 목소리가 많이 들려야 할 것이다.
아울러 스스로 힘을 키우고, 좋은 후보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빅텐트’니 ‘차출론’이니 하며 벌써부터 외부에 의존하려는 태도도 보기 안 좋다. 그런 주장은 당내 주자의 위상만 깎아내릴 뿐이고, 108석 원내 정당의 책무를 방기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진 유권자들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국정운영 철학이나 정책에 대한 공감대 없이 오로지 ‘반이재명’으로만 뭉친 빅텐트로는 표를 얻기 힘들다. 지금은 그렇게 막무가내로 반이재명만 외칠 게 아니라 이 전 대표를 뛰어넘을 국정 구상과 혁신적인 정책으로 경쟁할 때이고, 그래야 본선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