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사업에 집중한다”… LG전자, 전기차 충전기 사업 청산

입력 2025-04-23 00:46

LG전자가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 진출한 지 3년 만에 사업을 접는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지속되고, 가격 경쟁이 심화하는 등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LG전자는 데이터센터 열풍으로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냉난방공조(HVAC)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전기차 충전기 제조 자회사 하이비차저의 청산 절차를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하이비차저(옛 애플망고)는 지난 2022년 LG전자와 GS에너지가 인수한 전기차 충전 장치 제조·개발 업체다. LG전자는 “전기차 충전기 시장의 성장 지연과 가격 중심 경쟁 구도 심화 등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리밸런싱(재조정)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전기차 충전기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이비차저는 2023년 70억원, 지난해에는 71억원가량의 영업 손실을 냈다. SK그룹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SK시그넷도 2년 연속 적자로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전기차 시장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충전기 수요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기술을 선도한 미국, 유럽 기업뿐 아니라 중국 업체들과 비교해도 충전기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전기차 충전기 전담 직원 100여명을 HVAC을 비롯한 다른 사업 조직에 전환 배치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사업 종료 후 공급처를 대상으로 유지·보수 서비스는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2021년 스마트폰, 2022년 태양광 패널, 올해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철수하는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다. 대신 HVAC 사업 등 성장성이 높은 사업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구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가정용·상업용 에어컨, 칠러, 히트펌프, 데이터 냉각솔루션 등 HVAC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달 LG전자는 싱가포르에 있는 초대형 물류 센터에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을 공급하는 수주를 따냈다. 특히 인공지능(AI) 서버를 돌리는 데이터센터의 열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초대형 냉방기 칠러 등 산업용 공조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HVAC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58억8000만 달러(약 236조원)에서 연평균 5.7% 성장해 2032년 2569억5000만 달러(약 365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