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뒷담] 미래에셋의 ‘中 주식 드라이브’… 발 맞추는 PB들 진땀

입력 2025-04-23 00:17 수정 2025-04-28 16:36
미래에셋증권 프라이빗뱅커(PB)들이 중국 주식 띄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중국 주식 드라이브’에 회사 차원에서 매수를 권유하도록 ‘오더’(지시)가 떨어졌다는 전언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지점 PB들은 최근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중국 주식 비중을 늘릴 것을 추천하고 있다. 중국 주식이 미국 주식만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지만 박 회장의 중국 주식 사랑이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이 많다. 박 회장이 중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고 투자 필요성을 설파하면서 회사 차원에서 PB들에게 중국 주식을 띄우라는 일종의 지시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평소에도 국내 개인투자자의 투자 종목이 미국으로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점에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여러 인터뷰에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미 빅테크에 대한 과한 투자는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한편 중국 첨단기술 기업은 저평가됐다고 강조했다.

그의 문제의식과 일맥상통하게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월 말 ‘고객 보호 선언’을 이유로 고(高)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처럼 변동성이 큰 상품을 추천하지 않기로 하면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등의 신규 담보 대출을 일시 제한했다. 지난달에는 PB들로 구성된 탐방단이 중국 비야디와 샤오미 등 대표 기업을 찾았다.

현장에서는 중국 주식 투자를 권유하면서도 고객 설득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아직 미국 주식을 원하는 고객이 많은데, 중국 기업의 잠재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설명하면 납득하지 못하거나 “미국 주식이 더 안전하지 않으냐”는 반응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에 “테슬라를 팔고 중국 주식을 사서 얼마를 벌었다”는 식의 홍보도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PB는 “회사에서 특정한 상품, 혹은 종목을 종종 밀 때가 있는데 이번에는 과거보다 훨씬 더 강하게 압박이 들어 왔다”며 “중국 주식을 얼마나 팔았는지가 성과평가지표(KPI)에 반영된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