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발생 한달인데 “이재민들 고통은 현재 진행형”

입력 2025-04-23 00:35
산불 이재민들을 위해 지난 18일 안동시 일직면 망호리 권정생 어린이문학관 부지에 지어진 ‘경북형 모듈러 주택’ 18동에 첫 입주가 시작됐다. 경북도 제공

천문학적인 피해를 낸 경북 산불이 발생한 지 22일로 한 달째를 맞았지만 피해 이재민들의 아픔은 현재진행형이다. 임시주택 공급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대부분 고령인 이재민들은 경로당, 마을회관, 모텔, 연수원 등 임시 거처에서 고단한 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불에 탄 주택 등 시설물 철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역대 최악의 피해가 난 산림은 우기가 다가올수록 산사태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북도와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안동·의성·영덕·청송·영양 등 산불 피해 5개 시군은 이재민 수요 조사를 거쳐 임시주택 2692동을 공급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 설치된 임시주택은 70여동뿐이다. 이 가운데 입주가 끝난 임시주택은 4가구에 그친다.

경북도와 각 시군은 이달 말까지 임시주택 전체 공급 물량의 44%, 다음 달 말까지 나머지를 모두 공급할 계획이다.

이재민은 3773명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덕 1135명, 안동 1129명, 청송 867명, 의성 507명, 영양 135명이다. 주택 3819채(전소 3563채, 반소 256채)가 소실됐다. 시군별 주택 피해는 안동 1379채, 영덕 1178채, 청송 787채, 의성 351채, 영양 124채다.

안동시는 지난 20일부터 철거업체 13곳을 투입해 소실 건물 철거에 들어갔다. 그러나 피해 시설이 많아 기한을 장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폐기물 약 48만2000t(처리비용 430억원)은 건설폐기물, 혼합폐기물, 지정폐기물 등으로 구분해 건설폐기물과 기타 폐기물은 관내 5곳에 설치된 임시적환장으로 옮겨서 처리할 계획이다. 슬레이트와 같은 지정폐기물은 현장에서 해체·처리한다.

영농철을 맞아 농사를 본격적으로 재개했으나 주 소득원인 사과, 송이, 고추 등 작물 피해가 많은 데다 당장 피해가 나타나지 않은 작물도 정상 생육이 이뤄질지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다.

산사태 등 2차 피해 우려도 크다. 산림 피해 면적은 9만9289㏊(의성 2만8853㏊·안동 2만6709㏊·청송 2만655㏊·영양 6864㏊·영덕 1만6208㏊)로 잠정 집계됐다. 당국은 2차 피해 우려 지역을 정밀히 조사해 당장 응급 복구가 필요한 지역을 선정하고 예방사업에 들어갔다.

경찰은 최초 발화지인 의성군 안평면과 또 다른 발화지로 추정되는 안계면 용기리에서 실시한 현장 감식 최종 결과를 국과수에서 통보받는 대로 피의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