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이 발생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푸르렀던 산야는 검게 그을린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냈고,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 붉게 타오르던 불길은 사라졌지만, 마을을 포근히 감싸던 산과 피해 주민의 상처는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한순간의 재난은 너무나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따뜻한 연대의 손길을 이어가며 역경을 이겨내야 하겠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집이 없는 이재민들은 현재 임시주거시설에서 힘겨운 나날을 견뎌내고 있다. 대부분 고령인 이들은 경로당, 마을회관, 연수원, 모텔, 친척 집 등에서 고단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임시주택 공급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5개 시군을 덮친 산불로 발생한 이재민은 3773명에 달한다. 필요한 임시주택은 2690여동에 이른다. 하지만 현재까지 설치된 임시주택은 70여동뿐이고, 이 가운데 입주가 끝난 임시주택은 4가구에 그치고 있다. 불에 탄 주택 등 시설물 철거와 폐기물 처리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한다. 이번 불로 소실된 주택은 3819채, 폐기물 발생량은 154만t에 이른다. 더디기만 한 작업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겠다. 산불 이후 산사태와 토사유출 등으로 인한 2차 피해 우려도 상당하다고 한다. 이에 대한 정밀한 대책 마련도 뒤따라야 한다.
영농철을 맞아 이재민들은 다시 밭으로 나가 희망의 씨앗을 심고 있다. 하지만 주 소득원인 사과, 송이, 고추 등 작물 피해가 많은 데다 당장 피해가 나타나지 않은 작물도 앞으로 정상적인 생육이 이뤄질지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다. 이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때다. 이들이 웃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끊임없는 지원과 격려가 이어져야 한다. 시간이 가면 잊히는 존재여서는 안 된다. 잿빛 슬픔을 넘어 푸른 희망을 이야기할 날을 기약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