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 경계 허물기…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 展

입력 2025-04-22 23:09
접근성 강화 주제전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에 나온 ‘안녕히 엉키기’의 한 장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광주광역시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지난 17일 개막한 접근성 강화 주제전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에 다녀왔다. 전시 제목은 ‘휠체어 무용수’ 김원영씨의 저서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2024)에서 발췌했다.

“계단과 언덕으로 가득한 고등학교 생활에서 내 휠체어를 밀어준 친구들의 몸은 내 몸의 한곳에 새겨졌다.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상 우리의 몸에는 늘 구체적인 타인이 깃든다.”

이 문장을 빌어 장애·비장애가 섞이는 포용적 예술, 포용적 사회를 주창하는 이번 전시는 국내외 5인(팀)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김씨를 포함한 손나예·여혜진·이지양·하은빈 작가의 작품 ‘안녕히 엉키기’는 지난 2월 ACC 복합전시6관, 예술극장 등에서 펼쳐진 동명의 워크숍을 전시로 확장한 것이다. 워크숍에선 다양한 특성의 몸과 마음을 가진 장애인, 비장애인 참여자가 함께 움직임, 글쓰기, 대화 등의 시간을 가졌다. ACC는 24~26일 광주지역 장애인, 비장애인 참여자를 모집해 이러한 워크숍을 다시 진행한다.

‘우리들의 눈’을 설립해 시각장애 학생들과 미술 프로젝트를 하는 엄정순 작가는 ‘코 없는 코끼리no.2’ 조각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시각화했다. 프랑스 작가 해미 클레멘세비츠 작가는 한글의 모음 ‘ㅏ ㅓ ㅗ ㅜ’ 가 장식처럼 붙은 원반이 돌아가는 가운데 각 모음이 노래처럼 나오는 사운드 설치 작품을 통해 시각과 청각을 결합한다. 송예슬 작가는 좌대에서 올라오는 공기의 부피를 만지며 형태를 상상하게 하는 ‘공기 조각’을 내놨다. 송 작가의 신작 ‘아슬아슬’은 신체적 조건이 다른 두 사람이 높낮이가 다른 길을 나란히 걸으며 균형을 맞추는 관객 참여 작품이다. 일본 작가 아야 모모세는 관객이 작가의 체온과 같은 온도의 물을 마시는 체험을 마련해 타인의 존재가 제 몸에 스며드는 기분을 맛보게 한다.

이처럼 장애·비장애인 모두를 창작자로 초청한 점, 시각 중심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조각’을 경험하게 하는 등 공감각적 전시라는 점이 돋보인다. 작품을 감상할 때도 장애를 덜 느끼도록 구석구석 배려했다. 6월 29일까지. 이후 7월 23일~8월 22일 서울 모두미술공간에서 순회전을 한다.

광주=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