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 평화의 여정 마치다

입력 2025-04-21 18:57 수정 2025-04-21 23:37
2019년 12월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흰 장미를 들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2013년부터 12년간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을 이끌어온 그는 부활절 대축일인 20일에도 성베드로광장에 나와 신자들을 만났지만 21일 갑작스럽게 서거했다. 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오전(현지시간) 88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교황청 궁무처장인 케빈 퍼렐 추기경은 “교황이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 그는 주님과 교회를 위해 봉사하는 데 평생을 헌신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교황은 신앙과 용기, 보편적 사랑으로 복음의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가라고 우리에게 가르쳤다.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지지했다”고 애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호흡기 질환 악화로 지난 2월 14일 병원에 입원했다. 폐렴 진단을 받은 뒤 호흡곤란 증세가 반복돼 고용량 산소 치료를 이어갔다. 지난달 23일 퇴원해 활동을 재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 부활절을 맞아 성베드로광장에 모인 신자들과 만났다. 그는 생애 마지막이 된 당시 강론에서 지구촌 곳곳의 폭력과 분쟁을 언급하며 “나는 우리가 ‘평화는 가능하다’는 희망을 새롭게 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분쟁 지역 주민들과 미얀마 강진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전하면서 “종교와 사상, 표현의 자유, 그리고 다른 이들의 시각에 대한 존중 없이는 평화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의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아메리카 대륙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제266대 교황에 선출됐다. 보수적이었던 전임 베네딕토 16세와 다르게 진보적인 행보를 펼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년 재위 기간 내내 세계 각국에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보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시작된 ‘두 개의 전쟁’에 대해 끊임없이 종전을 호소했다. 2015년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고, 2021년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이라크 땅도 밟았다. 2014년에는 아시아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할 만큼 한반도 평화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당시 교황은 방북을 추진했지만 북한의 소극적 태도로 성사되지 않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교황청에 보낸 조전에서 “(교황은) 인류에게 사랑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고 평화와 화해의 삶을 실천하며 평생을 가난한 자, 소외된 자들을 위해 헌신했다”고 추모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가난한 자들의 친구였고 소외당한 자들의 위로자였다”는 추모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는 “모든 그리스도인처럼 간소화된 예식을 원한다”고 했던 고인의 뜻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질 전망이다.

김철오 전웅빈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