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끌어내는 게 가능하냐” vs “있을 수 없는 지시 왜 했나”

입력 2025-04-21 18:50 수정 2025-04-21 23:54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피고인석에 앉아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다. 재판부의 촬영 허가가 내려지면서 윤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이 이날 처음 공개됐다. 최현규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됐던 특전대대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상부로부터 ‘의원 끌어내라’ 지시를 받았지만 부당하다고 판단해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말미 “내란죄 법리를 제대로 세워놓고 재판하면 본질과 관계없는 걸 굳이 증인 신문할 필요가 없다”며 재판 절차에 대한 의견을 적극 개진했다.

김형기 육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 2차 공판에서 “23년간 군 생활을 하면서 바뀌지 않은 게 있다”며 “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에 충성하고 조직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하들이 (당시)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윗선의 부당한 지휘가 있었다는 주장과 함께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겨 주목을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김 대대장이 해당 발언을 마칠 때쯤 감았던 눈을 뜨고 그를 응시했다.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도 “군에게 명령은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지만 반드시 정당하고 합법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두 증인에게 ‘의원 끌어내라’ 지시가 불가능했고, 군 투입은 질서 유지 차원이었다는 취지의 질문을 반복했다. 변호인은 조 단장에게 “의원들을 끌어내도 어디로 이동시켜 구금할지 등이 없으면 의원들이 다시 (국회로) 들어갈 텐데 그런 지시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조 단장은 “불가능한 지시를 왜 내렸느냐”고 받아쳤다. 김 대대장이 ‘(국회 상황을) 제어 못 하면 군이 들어가는 게 비상계엄 아니냐’는 변호인 질문에 “질서를 유지하는데 총을 왜 가져가느냐”고 답하자 방청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윤 전 대통령은 증인신문 시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이후 절차 논의 과정에서 8분간 직접 발언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과 내란 혐의 본질에 대한 검토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엄은 가치중립적이고 하나의 법적 수단에 불과하다”며 “칼을 썼다고 해서 무조건 살인이다,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장기 독재를 위한 친위 쿠데타라는 것을 증명하는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계엄에 ‘국헌 문란’ 목적이 없다는 점을 우선 입증할 수 있도록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윤 전 대통령 측 신청 증인을 먼저 신문해 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내란죄 법리는 재판부가 명확히 갖고 있는 것이고 피고인과 변호인이 이에 의문을 가지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문을 증거로 냈다.

이날 윤 전 대통령 공판 시작 전 언론 촬영이 처음으로 진행됐다. 굳은 표정이던 윤 전 대통령은 촬영 관계자들이 퇴정하자 방청석을 둘러보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양한주 최원준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