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관세가 수출기업 발목… 대중 수출 도미노 타격 불보듯

입력 2025-04-21 18:55 수정 2025-04-21 23:52

이달 감소세를 보인 한국의 대미국 수출은 25% 품목별 관세가 반도체까지 확대되고 국가별 상호관세까지 부과될 경우 더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의 대미 수출이 급감한다면 대중국 수출 역시 연쇄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예측이 나온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20일 대미 수출 잠정집계액은 66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72억 달러)보다 14.3% 줄었다. 끝내 시행된 ‘트럼프 관세’가 결국 국내 수출기업의 발목을 잡기 시작한 형국이다.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힘입어 무관세 수준으로 미국 땅을 두드렸던 한국산 제품의 수출 흐름이 이달 초 발효된 10%의 기본관세와 25%의 철강·자동차 품목별 관세로 급격히 위축된 것이다.


이달 대미 수출 감소는 ‘트럼프 관세’ 영향이 예상보다 크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미국이 한국 등에 10% 보편관세(중국은 60%)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이 9.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감소 폭은 미국이 추가로 적용한 철강·자동차(25%) 품목별 관세를 감안하더라도 예상치를 뛰어넘고 있다.

관세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미 간 관세 협상에 진척이 없으면 오는 6월 25%의 국가별 관세가 90일간 유예 기간을 마치고 부과된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에도 25% 품목별 관세가 매겨질 가능성이 크다. IBK경제연구소는 “25% 관세가 부과되면 대미 수출은 12.8%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여파가 대중국 수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위축되면 연쇄적으로 대중 수출 역시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미국이 중국에 20% 추가관세를, 한국 등에 10%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이 최대 10.5%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지난 1~20일 대중 수출은 3.4% 감소했다.


미·중 사이 무역 갈등은 예정처의 예측 당시보다 훨씬 격화한 상태다. 양국이 서로에 매긴 관세율은 이달 초 수차례 보복 끝에 각각 145%, 125%까지 치솟았다.

다만 정부는 아직 관세로 인한 수출 감소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을 편다. 이달 수출 감소에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석유화학 분야의 부진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자동차 수출도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4월보다 소폭 감소한 추세”라고 말했다.

한편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285억원 규모의 미국행 불법 우회 수출이 적발돼 지난해 연간 적발액(217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격화하는 ‘무역전쟁’을 피해 한국으로 흘러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이 급증하고 있다는 의미다. 관세청은 이날 무역안보 특별조사단을 발족하고 우회 수출을 집중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