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임원이 늘고 있다… 현대차는 체질전환 중

입력 2025-04-22 00:46 수정 2025-04-22 00:46

현대자동차그룹이 외국인 임원을 주요 보직에 잇달아 포진시키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주요 경영진의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 판매량이 내수 판매량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본격 탈바꿈하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외국인 임원 3명을 동시에 발탁했다. 신임 전략·거버넌스 부문 총괄에 시몬 왈루스 전무를 승진 인사했다. 닛산,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롤랜드버거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미국·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까지 두루 경험한 글로벌 전략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딜러 개발 부문 총괄엔 롭 그래프턴 전무를 앉혔다. 닛산 북미법인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미국 영업통’이다. 북미 지역을 비롯해 글로벌 딜러 네트워크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중책을 맡았다. PR·커뮤니케이션 부문 담당에는 트레버 헤일 상무를 신규 임명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인피니티 등 주요 자동차 브랜드에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았다. HMG워싱턴사무소를 기반으로 근무한다.

현대차그룹은 공화당 소속 드류 퍼거슨 전 연방 하원의원을 최근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부사장)에 임명해 미국 정부·의회와 현대차그룹의 소통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21일 “현대차그룹에 외국인 임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내수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체질 전환을 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에서 외국인 임원 비중이 높아진 건 지난해 11월 호세 무뇨스 사장이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되면서 예견됐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토요타를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이 경영한다는 걸 상상하기 힘든 만큼 현대차에 미국인 CEO가 임명된 건 그야말로 파격”이라며 “그만큼 북미 시장에 승부를 걸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최고 경영진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연일 강조하고 있다. 무뇨스 CEO는 최근 ‘2025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미국은 현대차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 했다. 클라우디아 마르케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최근 준공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는 (미국의 관세 정책 때문이 아니라) 2019년에 발표됐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 장기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가장 중요한 시장이며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생산과 고용 확대를 통해 확고한 입지를 다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에서 약 185만대를 팔며 내수 판매량(약 125만대)을 크게 넘어섰다. 올해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