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관세전쟁’ 충격이 한국 수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으로의 지난 1~20일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넘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체 수출도 5% 넘게 감소했다. 미국의 관세가 아직 부과되지 않은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10대 품목의 수출 실적은 일제히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관세청이 21일 발표한 지난 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수출액은 338억7000만 달러(약 48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줄었다. 지난 20일까지 조업일수는 지난해와 같은 15.5일이었다. 수입은 11.8% 감소한 340억 달러로, 이에 무역수지는 1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대미 수출액은 61억8200만 달러로 14.3% 급감했다. 지난 3일 발효된 완성차 품목 25% 관세 등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수출이 둔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상호관세 25%를 90일간 유예하면서 지금은 일부 품목에 기본관세 10%가 적용되는 상태다.
한국의 또 다른 주요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도 3.4% 감소했다. 다만 유럽연합(EU·13.8%)과 대만(22.0%)으로의 수출은 증가세를 보였다.
주요 10대 수출품목 가운데 반도체만 ‘관세 여파’를 피해 수출이 늘었다. 반도체 수출은 64억7300만 달러로 10.7% 늘며 유일한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가전제품(-29.9%), 컴퓨터 주변기기(-23.3%), 석유제품(-22.0%), 승용차(-6.5%), 자동차부품(-1.7%) 등은 일제히 감소세를 나타냈다.
미국의 추가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수출은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이 반도체·의약품 등에 기본관세(10%)를 적용할지 아직 결론짓지 않은 가운데 다음 달 3일에는 자동차 부품에 대한 추가관세가 예정돼 있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자동차뿐 아니라 차 부품 관세까지 예고된 상황이라 기업이 상당 부분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