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3시, 대전 엑스포시민광장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과학기술축제’ 현장.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부스에는 흰 가운을 입은 학생들이 DNA 모형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로켓 공학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가 장래희망이라는 이모(10)군은 “부산 명원초등학교 친구들끼리 축제에 참가하고 싶어 부모님을 설득해 대전까지 올라왔다”면서 “모형으로 DNA를 만들어보니 이해가 훨씬 잘 된다”고 말했다.
이날 DNA 관련 체험을 진행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부스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약 6번의 체험을 진행했고,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모든 체험이 만석으로 끝났다.
현장의 뜨거운 열기는 다른 부스도 마찬가지였다. 방사선의 뜻과 역할에 대해 알려주는 한국원자력의학원 부스의 대기 줄은 입구 5m 밖까지 이어졌다. 부스 앞에 세워둔 대표 캐릭터인 토끼 모양의 ‘라디’ 앞에는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학생들 간 경쟁이 치열했다.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진행하는 표면장력 관련 교육에도 많은 학생이 참석했다. 학생들은 부스 안 직원의 지시에 따라 빨간색, 파란색 액체가 들어있는 병을 위아래로 흔들어 액체의 소용돌이 현상을 관찰했다. 바로 옆에 마련된 국립중앙과학관 부스는 계측 장비인 자이로를 전시해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우주에 관심이 많은 학생을 위한 체험 부스도 여럿 있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천문우주마당 ‘별빛쉼터’ 체험존에서 학생들이 별을 관측할 수 있게 했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가상의 달탐사를 할 수 있는 VR체험존을 마련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약용식물 하바리움 만들기 과정을 열었고, 이색적인 소재가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가장 인기를 끌었던 부스는 삼양라운드스퀘어의 ‘푸드케어 놀이터’ 공간이었다. 이곳은 삼양라운드스퀘어가 과학 콘텐츠 스타트업 ‘긱블’과 꾸린 놀이존으로 대체육 버거 쌓기, 영양소 볼풀 공, 바이오 데이터 에어시소, 로봇팔 미니 농구 등을 즐길 수 있었다. 에어시소를 타다 땅바닥에 엉덩이를 박은 김모(9)군은 한참을 웃으며 “이번엔 더 세게 탈래요”라고 말했다.
엑스포 공원 끝쪽에 마련된 ‘호기심 방송국’에는 채은미 고려대학교 교수와 과학커뮤니케이터 항성의 양자 역학 강의를 들으려는 사람들로 좌석이 가득 찼다. 채 교수가 “큐비트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지자마자 대답하려는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번쩍 손을 들었다. 채 교수의 강의는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실시간 생중계돼 현장에 오지 못한 시청자들도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이달 16일부터 5일간 대전 엑스포시민광장과 엑스포과학공원 등 대전 도심 일대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과학기술축제는 성공리에 끝났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축제는 1997년부터 매년 개최됐다. 올해는 ‘과학기술의 엔진, 호기심을 깨우다’를 주제로 약 850여개 프로그램이 운영됐으며, 약 56만명이 축제를 관람했다.
대전=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