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살아있는 전설 양현종(37·사진)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KBO리그 통산 179승, 역대 최다 탈삼진 1위(2095개), 역대 두 번째 2500이닝 이상(2529⅓이닝)을 돌파한 ‘대투수’지만 올 시즌 초반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다.
2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양현종은 올 시즌 5경기에 선발 등판해 승리 없이 3패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6.31. 25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단 한 경기도 무실점으로 버티지 못했다. 개막 시리즈였던 지난달 23일 NC전에서 5이닝 4실점 패전에 이어 같은 달 29일 한화전 6이닝 3실점(1자책점), 지난 4일 LG전 5이닝 4실점(패전), 11일 SSG전 4⅓이닝 6실점(패전), 17일 KT전 5⅓이닝 3실점 등 좋지 못한 경기력으로 단 1승도 따내지 못했다.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과 이닝 소화력으로 팀을 이끌던 ‘에이스’의 위용은 옛말이 됐다. 지난 시즌 11승5패, 평균자책점 4.10으로 여전한 경쟁력을 증명했기에 이번 시즌 부진은 뜻밖이다.
양현종의 부진은 소속팀 성적에 직격탄이 됐다. ‘디펜딩 챔피언’ KIA의 순위가 수직 낙하했다. KIA는 현재 11승12패(승률 0.478)로 6위다. 선두 LG 트윈스(18승5패·0.783)와 7경기 차이가 난다. 지난 시즌 4월부터 1위로 치고 나갈 때와 딴판이다.
부진 원인은 ‘노쇠화’로 요약된다. 만 37세인 양현종은 리그 최고령 선발 투수 중 한 명이다. 류현진(38·한화 이글스), 김광현(37·SSG 랜더스)과 ‘좌완 트로이카’로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를 풍미했으나 흐르는 세월을 붙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공 속도가 확연히 떨어졌다.
전성기 시절 시속 140㎞ 중후반이던 강속구는 이제 140㎞ 초반에 머문다. 올 시즌 직구 평균 속도는 시속 139㎞다. 리그 평균(144㎞)보다 5㎞가량 느려 공의 무게감이 덜하다.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변화구도 한가운데 몰리는 빈도가 잦아졌다.
그럼에도 양현종은 여전히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5인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할 수 있는 안정적인 베테랑이자 후배들에겐 정신적 지주다. 양현종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던 2021시즌을 제외하면 2007년 데뷔 이후 17시즌 동안 선발의 한 축을 책임졌다. 2014년부터 10시즌 연속 150이닝 이상 던지며 중심을 지켰다. 일각에선 로테이션을 바꿔주거나 휴식을 부여해 체력 회복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