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나오는 수치는 놀라움보다 걱정이 앞선다. 이재명 후보의 충청권·영남권 경선 합산 득표율이 90%에 육박했다. 내주 호남권과 수도권·강원·제주 역시 같은 상황이 예상되고, 여기에 더하는 국민 여론조사도 역선택 방지 조항이 적용돼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70석 거대 정당에서 이른바 ‘구대명’(90% 득표로 대선 후보는 이재명)의 1인 독주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차라리 비현실적이다. 지난 총선 ‘비명횡사’ 공천에서 비롯된 일극체제가 대선판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을 통해 성립한다. 민주당 경선 양상은 당내에 이 후보 견제 세력이 전무함을 말해주고 있다. 그의 당선 가능성이 누구보다 높은 현실에서 이는 당에 국한된 문제를 넘어섰다. 조기 대선의 원인 중 하나인 제왕적 대통령제가 여전한 터라 이런 후보의 당선은 제왕적 행정권에 무소불위 입법권까지 함께 거머쥔 권력의 등장을 뜻한다. 민주당 경선은 사실상 ‘1인 정당’의 모습이 ‘1인 국정’ 체제로 확대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민의힘은 거칠게 비판하고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후보 집권은) 1인 독재 국가로 가는 하이패스”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막겠다는 국힘 경선 풍경은 걱정보다 한심함이 앞선다. 이미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탄핵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지난 주말 토론회에선 ‘찬탄’ ‘반탄’ 후보 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계엄은 해프닝”이란 주장이 되풀이됐고, 헌법과 법률의 문제인 탄핵 찬반을 “자유민주주의 가치 논쟁”이라 여기는 목소리가 여전했다.
“키높이 구두를 신느냐”는 식의 허무한 설전이 오가는 모습은 그나마 이구동성 말하는 ‘이재명 정권 저지’의 진정성마저 고개를 갸웃케 한다. 대선은 좌도 우도 아닌 평범한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는 경쟁이다. 이에 배치되는 진영 논리와 단호히 절연하고 외연을 확장하는 무대여야 하는데, 국힘 경선은 그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양당 경선을 보며 유권자가 느끼는 이런 우려를 해소해내는 쪽에 본선 승산이 있을 것이다. 이 후보는 중도적인 정책 공약과 그것이 지켜지리란 믿음을 줘야 한다. 권력 분산과 협치를 위한 개헌 로드맵을 밝히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국힘 후보들은 탄핵과 진영을 넘어서는 미래 비전을 내놓아야 비로소 ‘내란 프레임’을 벗어나 유의미한 경쟁 구도를 만들 수 있다. 구태 정치의 폐해를 온 국민이 절감한 지금처럼 ‘미래’가 호소력을 갖는 선거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