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무하는 ‘기습공탁’ ‘대필 반성문’… “양형기준 구체화해야”

입력 2025-04-22 00:39
국민일보DB

최근 논란이 된 피해자 의사와 상관 없는 ‘기습공탁’과 진정성 없는 ‘대필 반성문’에 대해 법관들이 양형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잇따라 내놨다.

광주고등법원은 21일 오후 광주고법 6층 중회의실에서 ‘2025년 관내 양형실무위원회 정기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선 광주고법 본원과 관할 지법·지원의 형사재판부 법관들이 모여 ‘최근 양형 이슈에 대한 양형위원회의 대응과 양형기준의 변화(피해 회복과 진지한 반성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제발표에 나선 범선윤 광주지법 순천지원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변론에서 보인 태도와 다르게 감형을 노리고 선고기일 직전 피해자가 알지 못한 상태에서 공탁해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을 받는 사례 등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기습공탁’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양형기준에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이라는 요소를 두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피고인의 뉘우침 없는 공탁 등 단순히 경제적 보상만 이뤄진 경우 이를 양형에 적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범죄 사건을 중심으로 반성문 대필, 한시적 기부 등 이른바 꼼수 감형을 노리는 패키지 시장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로 판결문에 빈번하게 사용하던 ‘반성’이라는 용어 자체가 많은 오해에 직면하게 됐다”면서 “양형위원회는 ‘진지한 반성’이라는 양형요소와 관련 범행 인정 경위, 피해 회복과 재범 방지를 위한 자발적 노력 등을 조사·판단하게 함으로써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이를 양형에 반영하도록 양형기준을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최한결 광주지법 판사 역시 “피고인이 응당 지급해야 할 민사상 손해배상이 있었다는 이유로 피해회복과 관련해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양형요소로 반영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광주고법은 이날 양형실무위 정기회의 발표와 토론 결과를 원외재판부인 전주, 제주 형사재판부와 별도의 간담회를 통해 공유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광주고법은 공정한 양형에 관한 논의를 호남·제주권 전역의 법원으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설범식 광주고법원장은 “항소심을 담당하는 고법 형사재판부가 양형요소를 명확히 이해하고 적용해 하급심에 바람직한 영향을 줌으로써 관할 지역에 국민이 납득할만한 공정한 양형 실무가 형성되도록 견인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광주=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