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으로 되돌렸지만, 의료계의 대응은 오히려 강경해지고 있다. 정부의 양보에도 의료계는 정부를 추가 압박하기 위해 세를 결집하는 모양새다. 권력 공백기를 틈타 의료개혁을 중단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권력은 절대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는 의료계의 오만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익집단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하고 무능한 정부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우려는 교육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확정 발표할 때부터 예상됐다. 의대생 전원 복귀가 원칙이었지만, 의대생들의 복귀율이 25%에 그쳤는데도 정부는 증원을 취소했다. 백기 투항한 셈이다. 일부 의대에선 현재 제적과 유급을 피하기 위한 온갖 꼼수가 난무하고, 학교 측도 이를 눈감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동결 확정으로 물러섰다. 학생들의 수업 복귀율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오히려 강경파의 기세만 올려준 꼴이 됐다. 이는 국민과 환자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이 의료계가 요구하는 조건만을 수용한 정부의 원칙 없는 태도 때문이다. 오죽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정부의 의대 증원 ‘0’ 결정에 집행정지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겠는가. 의료계는 20일 대규모 집회를 통해 의대 증원 정책,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 정부의 의료개혁 전면 중단을 촉구했다.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며 “의료개혁 정책을 전면 재논의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기세를 몰아 정부를 강하게 몰아붙이겠다는 심산이다. 1년 2개월 동안 의정 갈등을 참아온 국민들에 대한 배신행위나 다름없다.
필수의료 패키지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지역·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정책들이다. 국민과 환자들이 묵묵히 정부의 의료개혁을 지지한 이유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일관성을 갖고 중단 없이 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의대생들은 수업에 복귀하고, 대한의사협회는 강경 일변도의 투쟁을 접고 이제는 의료개혁에 동참하길 바란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