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38> 도마

입력 2025-04-22 03:19

누구보다 용감하면서도
때로는 의혹의 눈과 차가운 시선을 가졌던 사람
열 제자들이 모여서 두려움의 노예가 되었을 때
그는 홀로 자리를 떠나
8일 동안이나 깊은 회의와 고뇌를 했지만
마침내 그의 손가락이 못 자국 난 손과
창 자국 옆구리에 닿았을 때
누구도 고백하지 못했던 그만의 고백
그 고백은 어둡게 흐르던 눈물을 멈추게 하였고
오감의 싸늘한 추적은
다정한 눈빛과 따스한 손길 끝에서 멈추었으며
끝내 고뇌의 휘장을 거두고
심장에 닿았던 빛의 선율
어쩌면 우리나라에까지 와서
빚의 선율을 노래했던 이야기는
전설의 꽃을 피우고
저 머나먼 인도에서 성광(聖光)을 쏘다가
창에 찔려 순교한
차가운 의문과 질문에 대한
뜨거운 불의 자백.

소강석(시인·새에덴교회 목사)

도마는 십이 사도의 한 사람이며, 처음에는 모든 일에 매우 회의적인 태도로 임하였으나 예수의 부활을 확인한 다음 확고한 믿음을 갖게 되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자 실망하고 낙담한 도마에게 부활의 소식은 믿을 수 없는 소문이었다. 그는 못 박혔던 손과 창에 찔린 옆구리를 확인하고서야 ‘고뇌의 휘장’을 거두고 ‘빛의 선율’에 닿게 된다. 그러므로 그는 ‘의심 많은 도마’로 불리지만, 진실을 확인한 후에는 그 몸을 던져 ‘저 머나먼 인도’에서 ‘성광(聖光)’을 쏘다가 창에 찔려 순교한다. 이러한 도마의 고사(故事)는 지금의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믿음의 본질에 대한 강력한 시사점을 던진다. 시인은 이와 같은 도마의 행적을 두고 ‘차가운 의문과 질문에 대한 뜨거운 불의 자백’이라고 규정했다.

-해설: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