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비상계엄은 불법” 홍 “2시간 해프닝” 나 “한이 내란몰이”

입력 2025-04-20 19:08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1차 경선 B조 후보들이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조별 토론회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철우 나경원 홍준표 한동훈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1차 경선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계엄과 탄핵 이슈를 둘러싸고 극명한 입장 차를 보였다. ‘찬탄파’ 후보들은 계엄·탄핵에 대한 반성 및 진솔한 사과가 없이는 6·3 대선에서 다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탄파’ 후보들은 계엄 촉발 원인을 더불어민주당 등 구(舊)야권의 ‘줄탄핵’과 ‘입법 폭주’로 돌리며 찬탄파를 몰아세웠다.

국민의힘은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이틀째 1차 경선 토론회를 진행했다. 앞서 19일에는 김문수 안철수 양향자 유정복 후보로 이뤄진 A조가 ‘청년미래’를 주제로 토론했고, 이날은 나경원 이철우 한동훈 홍준표 후보의 B조가 ‘사회통합’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B조 토론회에서는 한 후보가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한 후보는 “저는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고 해도 비상계엄은 불법이라고 봤다”며 나머지 후보들에게 계엄과 탄핵, ‘윤석열신당’ 창당 등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에 홍 후보는 “실질적으로 피해가 없었고, (계엄은) 2시간짜리 해프닝이었다. 그러면 대통령에게 자진 하야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나 후보는 “왜 경선하는데 윤 전 대통령을 자꾸 끌어들이냐”며 “(당대표 시절) 한 후보의 탄핵 내란몰이 선동으로 결국 이 지경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경솔하게 탄핵에 찬성한 한 후보가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나. 한 후보가 후보로 나온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했다.

A조에서는 안 후보와 김 후보가 같은 문제로 맞붙었다. 안 후보는 “민주당은 대선을 ‘이재명 대 윤석열’로 끌고 가려 한다”며 “반성과 사과가 없으면 이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해 대선에서 필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에 옹호한 적도 찬성한 적도 없다”면서도 “왜 대통령이 계엄을 했느냐. 그건 민주당의 30번에 걸친 줄탄핵, 걸핏하면 특검(을 시도한 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감 사안’도 토론회에 소환됐다. 홍 후보는 나 후보에게 “지난 당대표 선거와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명태균에게 여론조사로 두 번이나 당했는데 참 억울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나 후보는 “홍 후보님이 명태균 사건으로 엮이니까 이것 좀 털어내 보려고 말씀을 꺼낸 것 아니냐”고 맞받았다. 나 후보는 “당 홈페이지 게시판도 이상한 댓글이 많이 나온다”며 한 후보 당대표 시절 논란이 일었던 당원게시판 이슈를 거론하기도 했다. 홍 후보는 한 후보를 겨눠 “(소통채널) ‘청년의꿈’에서 꼭 질문하라고 해서 묻는다. 키도 큰데 왜 키높이 구두를 신느냐”고 했고, 한 후보는 “그런 질문을 하는 걸 보니 청년이 아니신 것 같다”고 응수했다.

A조 토론회에서도 설전이 벌어졌다. 안 후보가 AI에 대한 철학과 발전 방향을 묻자 김 후보는 “지도자가 된다면 안 후보에게 반드시 묻겠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AI 잘 모르시죠”라고 압박했고, 김 후보는 “안 후보만큼은 모르겠지만 챗GPT, 퍼플렉시티도 쓰고 여러 개 쓴다”고 대응했다.

양 후보와 유 후보는 서로 통상대응 적임자를 자처했다. 삼성전자 출신의 양 후보는 “트럼프는 반도체가 급하다. 그래서 절 만날 것”이라고 했고, 유 후보는 “지난 1월 트럼프 취임식 때 그의 절친인 마크 번즈 대통령 취임 기념행사 위원장 등을 만나 한·미 관계를 충분히 논의했다”고 말했다.

정현수 이강민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