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 시간 휴전’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부활절을 맞아 인도주의적 차원의 결정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압박한 미국에 대해 성의를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여전히 러시아군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휴전 선언 의도에 의구심을 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과의 회동에서 “인도주의적 고려에 따라 러시아는 부활절 휴전을 선언한다”며 “이 기간에 모든 군사활동을 중단할 것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휴전 기간은 모스크바 시간으로 19일 오후 6시부터 21일 0시까지다.
갑작스러운 휴전 선언의 실제 의도는 전쟁 중재 포기 가능성을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휴전 의지를 어필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8일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다”며 “양측 중 한쪽이 협상을 어렵게 만든다면 우리는 손을 뗄 것”이라고 말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에릭 시아라멜라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푸틴이 평화에 준비가 됐다는 진지한 신호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트럼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또 현실적으로 양국이 시시각각 교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에서 합의하지 않은 휴전이 제대로 실행되기는 쉽지 않다. CNN은 “우크라이나 군대가 푸틴의 명령에 따라 갑자기 전투를 중단하면 병참 측면에서 악몽이 될 것”이라며 “전투 중단은 수일의 준비와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휴전 선언 후에도 공격이 계속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이 선언한 휴전 시간 이후 엑스를 통해 수차례 러시아의 공격 정보를 공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휴전이 시작된 19일 오후 6시부터 20일 오전 6시까지 러시아군의 포격이 59건, 공격 행위가 5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휴전 의지가 있다면 30시간짜리가 아닌 ‘30일 휴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는 미국 중재의 30일간 무조건적 휴전에 동의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무시하고 있는 상태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는 부활절 이후로도 휴전을 연장할 것을 제안한다”며 “30시간은 언론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하지만 진정한 신뢰 구축 조치를 취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30 일이면 평화의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휴전 선언 직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중재로 각 246명의 전쟁포로를 교환했다고 발표했다. 양국이 추가로 교환한 부상병까지 포함하면 총 538명이 고국으로 귀환했다. 이는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포로 교환이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