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가맹 점주에게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가맹 본사는 “경영 자율권이 침해될 소지가 크다”고 주장한다. 점주들은 “본사의 갑질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입장이다. 서로 다른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입법 취지와 별개로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며 갈등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186명의 찬성표를 받고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개정안은 가맹 점주에게 노동조합의 단체협상권과 유사한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18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90일 이내 각각 심사를 끝내고 그로부터 60일 이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가맹점주 측은 현행법만으론 본사를 상대로 아무런 협상력이 없기 때문에 법안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혹시 모를 본사의 갑질을 방어할 수단으로 단체교섭권 도입은 필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가맹 본사 측은 단체교섭권 법제화에 부정적이다. 사적 계약에 국가가 개입해 경영 자율성이 침해당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한다. 복수의 가맹점사업자단체가 단체교섭권을 남발하거나 악용하면 분쟁이 격화하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으로 꼽힌다.
협의 요청에 대한 응답 의무화 조항도 논란이다. 본사 측은 협의 요청에 법적 의무가 부과되면 반복적인 요청에 따라 행정 부담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점주들은 그동안 본사에 협의 요청을 해도 일방적으로 거절당한 일이 잦았으니 필요한 조항이라고 맞선다.
이번 개정안과 별개로 지난해엔 본사로부터 공급받는 필수종류와 산정방식 등을 가맹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는 취지의 가맹사업법 시행령 내용도 논란거리였다. 점주들은 불투명한 거래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이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본사 측은 브랜드의 정체성에 직결되는 일이므로 유동적인 경영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핵심 사안마다 엇갈리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속도감 있는 입법보다 충분한 소통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개정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칫하면 가맹 본사가 져야 하는 비용·행정 부담이 지나치게 많아질 수 있고 양측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도 입법 취지는 좋았지만, 결국 오프라인 시장을 무너지게 했다”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진행되면 더 큰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