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성인 남성 기준으로 약 60~100조 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다. 세포는 생명의 기본 단위로 피부와 근육, 뼈와 장기 등 각각이 역할을 담당하며 몸의 기능을 유지한다. 하지만 세포들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만은 아니다. 매일 수많은 세포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새로 태어난 세포가 채우면서 몸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세포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나이 들면 왜 기능이 저하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세포의 분열과 분화’에서 찾을 수 있다.
세포는 분열을 통해 새로운 세포를 만든다. 하나의 세포가 두 개의 딸세포로 나뉘는 이 과정은 손상 조직을 복구하고 신체를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줄기세포는 미분화 상태로 남아있다가 필요한 세포로 분화해 손상 부위를 재생시킨다.
세포 분열의 핵심은 DNA 복제다. 세포는 유전정보가 담긴 DNA를 정확히 복제해 두 개의 딸세포에 나누어 준다. 이때 각각의 딸세포는 원래 세포와 같은 유전정보를 갖지만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게 바로 분화다. 뼈를 형성하는 골아세포와 근육을 이루는 근육세포,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등은 모두 이 분화를 통해 만들어진다. 이처럼 세포는 유전자 발현 조절에 따라 다양한 세포로 변화하며 이는 신체가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세포 분열과 분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노화 세포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 끝에 있는 텔로미어가 짧아지는데,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지면 세포는 더는 분열하지 않고 노화 상태에 들어간다. DNA 손상과 유전자 발현 오류가 축적되면서 세포의 분화 능력도 저하된다.
피부의 섬유아세포는 콜라겐을 생성해 탄력을 유지하지만 노화가 진행되면 이 능력이 감소해 주름이 생기고 피부가 처진다. 뼈를 생성하는 골아세포의 분화 능력이 떨어지면 골밀도가 감소하고 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다.
모든 세포가 이런 한계에 갇힌 건 아니다. 그중에서도 줄기세포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줄기세포는 미분화 상태로 남아있다가 필요에 따라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다능성(Pluripotency)을 갖고 있다. 이는 나이가 들어도 일정 부분 유지되기 때문에 손상 조직을 복구하고 노화된 세포를 대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례로 중간엽 줄기세포(MSCs)는 뼈와 연골, 근육 등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다. 이 줄기세포는 손상 부위로 이동해 염증을 완화하고 손상 조직을 재생하는 기능을 한다. 특히 엑소좀이란 나노 입자로 주변 세포에 젊은 세포의 신호를 전달해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줄기세포가 노화 세포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줄기세포는 텔로머레이스란 효소를 활성화해 짧아진 텔로미어를 복구한다. 둘째 DNA 손상 복구 능력이 뛰어나 노화로 인한 유전자 발현 오류를 최소화한다. 셋째 노화 세포 제거제와 함께 사용하면 이미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고 건강한 세포로 대체해 신체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놀라운 건 이제 이런 줄기세포 치료가 더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2023년 12월 첨단 재생의료법이 제정됐고 지난 2월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정부는 줄기세포 치료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 특히 첨단 재생의료기관으로 인증받은 곳에서는 안전하고 충분한 양의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젠 국내에서도 줄기세포를 활용한 맞춤형 항노화 치료가 가능해졌다. 노화를 늦추는 것을 넘어 건강한 젊음을 되찾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다. 늙어가는 세포의 한계를 뛰어넘는 줄기세포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과학은 이제 노화의 비밀을 풀며 우리에게 더 건강하고 젊은 삶을 선물하고 있다. “늙음 속에서도 새 힘을 얻는 은혜가 있다”는 말처럼 줄기세포 치료가 하나님이 우리에게 준 젊음과 건강을 되찾아 줄 새로운 희망이 되길 기대해 본다.
(선한목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