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한 남자의 놀라운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와 책임에 대해 묵상하고자 합니다. 지난달 28일 미얀마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태국 방콕의 고층 빌딩 사이 연결다리가 무너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위태로운 다리 위에 있던 한국인 권영준씨는 무너지는 다리를 보며 주저 없이 달렸습니다. 그가 달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내와 딸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그의 대답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울립니다.
첫째 가족은 짐이 아닌 존재 이유입니다. 현대 사회는 종종 가족을 ‘감정 소모처’로 여기게 합니다. 책임이 무겁게 느껴지고 가족을 단지 의무로 환원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가족을 우리에게 주신 첫 번째 공동체로 창조하셨습니다. 권씨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깨닫습니다. 가족은 짐이 아니라 우리 존재 이유입니다. 살아야 하는 이유,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가족입니다.
디모데전서 5장 8절은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라고 말씀합니다. 이는 단순히 물질적 부양을 넘어 위기의 순간에도 가족을 향해 달릴 수 있는 마음, 그것이 바로 참된 믿음의 증거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우리의 행동은 목적을 향합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의 모든 행동이 목적 지향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위기 속에서 그 사람의 가장 깊은 목적이 드러납니다. 권씨의 질주는 단순한 생존 본능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달렸습니다.
이것은 아들러가 말한 ‘공동체 감각’의 궁극적 표현입니다.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움직일 줄 아는 존재, 그것이 바로 성숙한 인간의 모습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자신을 희생하시며 하나님의 가족인 우리를 구원하시지 않았습니까.
세 번째 가장의 의미를 되찾아야 합니다. 오늘날 가장이란 단어는 때로 시대에 뒤처진 개념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경적 의미의 가장은 권위의 상징이 아니라 책임과 사랑의 표현입니다. 가장이란 두려움보다 사랑이 앞서도록 결단하는 사람, 무너지는 다리 앞에서도 가족을 향한 책임을 우선순위로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가장의 모범은 자기 목숨까지도 내어주신 그리스도의 희생적 사랑에 있습니다.
우리는 가정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까. 자녀들에게 ‘지켜주는 부모’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까. 위기의 시대에 교회는 가정을 어떻게 세우고 있습니까. 가정 회복을 부차적 주제로 두고 있지는 않습니까. 당신은 지금 누구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까. 권씨에게는 돌아가야 할 가족이 있었고 그것이 그의 생존 이유였습니다.
성도 여러분,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다리 위에 서 있습니다. 때로는 그 다리가 흔들리고 무너질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때 우리는 무엇을 향해 달려야 할까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가족을 위해 우리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족을 향한 책임의 방향성’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위기의 시대를 건너는 첫걸음입니다. 가정에서 시작되는 믿음과 사랑이 교회와 사회로 확장될 때, 하나님의 나라는 이 땅에서 더 온전히 임하게 될 것입니다.
최원호 서울 은혜제일교회 목사
◇상담심리학 박사인 최원호 목사는 서울한영대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상담 목회를 통해 개인의 내면 회복과 가정·교회 치유에 헌신해 왔습니다. ‘나는 열등한 나를 사랑한다’를 포함해 17권의 저서를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