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이르면 이달 중 열릴 미국과의 2차 관세 협상에서 미국산 쌀 수입량 확대와 자동차 검사 간소화 등 핵심 품목에 대한 ‘비관세 장벽 완화’를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 사항에 부합하는 교섭 카드를 선제적으로 제시해 안보 현안을 협상에서 분리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일본 정부가 미국 측 요구에서 우선순위를 판별하고 있다. 정부 내에선 미국산 쌀 수입 확대와 자동차 검사 완화를 제시하는 방안이 떠올랐다”며 “(지난 16일) 워싱턴DC 장관급 회담에서 미국은 일본의 비관세 장벽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일본과의 관세 협상을 앞두고 수입 쌀 정책을 파고들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일본 쌀 시장에 대해 “규제가 엄격하고 불투명해 미국 수출업자의 접근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일본의 쌀 관세율이 700%”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은 매년 전체 수입 쌀 중 77만t가량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한다. 그중 미국산 비중은 45%다. 일본 정부는 일본 내 공급 부족분을 미국산 쌀로 보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관세로 수입하는 쌀 가운데 주식용은 10만t으로 한정돼 있는데, 이를 늘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올여름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미국산 쌀 수입 확대가 결정되면 농가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정부는 비관세 장벽으로 여겨지는 미국산 수입차 충돌사고 성능시험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은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할 때 수개월까지 소요되는 인증 재취득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며 “미국은 차량 전면과 측면에서 탑승자 안전을 확인하는 일본의 충돌시험이 까다롭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차 협상을 앞둔 일본의 비관세 장벽 완화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안보 관련 요구사항을 관세 협상과 분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지난 16일 백악관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을 만나 “대일 무역 적자를 제로(0)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일본을 지키는데 일본은 아무것도 부담하지 않는다”며 안보 관련 불만도 제기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주일미군 주둔 경비가 향후 협상의 중요 쟁점”이라고 짚었다.
이시바 총리는 NHK ‘일요토론’에서 “안전보장과 무역을 묶어서 논의하는 것은 사리에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관세와 엮지 않는 형태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관세 장벽 완화 관련 질문엔 “공정하지 않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미국산 쌀 수입 확대에 대해선 “생산자를 보호하면서 저렴한 물량을 확보하는 이점을 모두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