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한 명 없는 7900평 LG이노텍 공장… 100% 로봇이 운영

입력 2025-04-21 00:51
지난 17일 LG이노텍이 언론에 최초로 공개한 고부가 반도체 기판 FC-BGA 생산 허브 ‘드림 팩토리’에서 작업 중인 로봇의 모습. LG이노텍 제공

경북 구미에 있는 LG이노텍 FC-BGA 드림 팩토리에 들어서자마자 모든 방문 인원이 곧바로 ‘우주복’처럼 생긴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두 겹의 장갑과 방진모, 방진화를 착용하고 방진복까지 뒤집어쓴 다음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니 로봇만이 조용한 기계음을 내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LG이노텍은 지난 17일 경북 구미에 있는 FC-BGA 생산 허브 드림 팩토리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 공장은 고성능컴퓨팅(HPC)용 반도체에 적용되는 반도체 기판 ‘FC-BGA’를 생산하기 위해 LG이노텍이 지난 2022년 LG전자로부터 인수했다. 공장 규모만 2만6000㎡(약 7900평)에 달한다.

드림 팩토리의 가장 큰 특징은 정밀성과 자동화다. 공장 초입부터 천장에 공기청정 시스템이 일정 간격을 두고 설치돼 있었다. 바닥에는 지름 1㎝가량의 구멍으로 이뤄진 흡입판이 같은 간격으로 설치됐다. 천장에서 신선한 공기를 투입하고 바닥에서 이물질을 흡입해 공장 내부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방식이다.

공장 내부는 오랫동안 일한 직원들조차 까다로운 절차를 걸친 뒤에야 입장이 가능했다. 천과 고무로 이뤄진 두 겹의 장갑을 끼고 마스크·방진모·방진복·방진화 착용이 의무다. 이후 고속 바람으로 이물질을 다시 한번 제거하는 ‘클린룸’을 거친다. 혹시 모를 먼지나 이물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드림 팩토리의 이 같은 철저한 출입 절차는 반도체 기판의 민감성 때문이다. 박준수 FS생산팀장은 “반도체 기판 공정은 이물(異物)과의 싸움”이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머리카락 두께의 10분의 1 크기 이물들이 공기 중에 떠다니고, 이런 것들이 제품 불량을 발생시키는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자동화도 이 공장의 큰 특징이다. 내부에 들어서자 사람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거대한 로봇 팔이 빠르고 정확하게 기판을 제조했고, 레일을 따라 부품을 옮기는 이들도 모두 카트 모양의 자율주행로봇(AMR)이었다. 상황실에는 공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니터링하는 인원과 엔지니어들이 소수 있었지만 실질적인 작업은 모두 로봇의 몫이었다.

최종 결과물 검수도 육안이 아닌 인공지능(AI)이 담당했다. AI 딥러닝 검사 기술이 적용된 로봇은 육안으로 잡아내기 어려웠던 미세 불량 영역을 30초 만에 판단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AI 검사를 통해 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 90% 감축하고, 검사에 투입됐던 인원도 90% 줄였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FC-BGA 시장이 2030년까지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조 단위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강민석 기판소재사업부장(부사장)은 “(주력 경쟁사인) 일본 업체들을 하루아침에 뛰어넘긴 쉽지 않겠지만 우리가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지털화를 통해 수율을 높이고 이를 축적하면 충분히 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미=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