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와티니·카자흐·이스라엘… 선교지서도 ‘부활의 축제’

입력 2025-04-21 03:02
한국교회가 외국인 선교사를 통해 복음을 받아들인 지 140년, 이젠 세계로 뻗어 나간 한국 선교사들이 복음과 함께 현지에 스며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부활절을 맞아 현지인과 함께 그 의미를 나누려는 각국 선교지 풍경도 다채롭다.

에스와티니 음대생들의 특별한 공연
아프리카 에스와티니의 음악대학 EIMA 학생들이 2023년 선교단체 ‘아프리카 찔로’의 부활절 칸타타 공연을 하고 있다. 김희정 선교사 제공

아프리카 에스와티니 최초의 음악대학 EIMA(Eswatini Institute of Music and Art)에선 부활절 칸타타 학생 공연이 열린다. 칸타타를 이끄는 건 문화예술교육 선교단체 ‘아프리카 찔로’를 설립한 김희정 선교사다. 그는 19일 국민일보와의 메신저 인터뷰에서 “아프리카는 음악과 예술 방면으로 무한한 재능과 가능성이 있지만 부활절·성탄절 절기 찬송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 지역엔 없었던 칸타타를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3년 전 EIMA 청년 10명으로 시작한 칸타타엔 현재 30명이 참여하며 현지에서도 인정받는 부활절 행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엔 영화 패션오브크라이스트에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장면을 틀었다. 관객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학생들은 사명감을 되새겼다.

캄보디아 유도대표팀의 부활절 회식

불교 국가인 캄보디아의 기독교인 비율은 1%에 불과하다. 더구나 부활절 시기는 민족 명절인 쫄츠남과 겹쳐 있다. 4년째 칸달주유도대표팀을 이끄는 이승찬 선교사는 기독신앙을 가진 선수들과의 부활절 기간을 특별한 시간으로 삼는다. 이 선교사는 “우리 선수단이 훈련하는 올림픽 경기장도 전체 폐쇄돼 대부분 선수가 고향으로 떠나는데, 고향이 너무 멀어 가지 못하는 기독선수들과 경기장 바깥에서 매년 부활절을 기념한다”고 했다. 경기장 바깥에 모여 큰 철판을 깔고 고기를 구워 나눠 먹는다. 그는 “단순히 밥 한 끼 나누는 것을 넘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사하시기 위해 ‘화목제’로써 돌아가심을 떠올리고 기억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벚꽃 시즌에 열린 日 부활절 칸타타

일본 역시 복음화율이 1% 미만으로 기독문화가 익숙지 않다. 10년 전 일본에 파송돼 신코이와침례교회를 돕는 이희석 선교사는 “교회 문턱을 넘는 게 어려운 곳이기에 익숙한 문화를 접목해 기독문화에 스며들게 하려 한다”며 “부활절과 성탄절 칸타타를 열어 한 번도 교회에 가보지 않는 분들을 초청한다”고 했다. 특히 부활절은 일본이 사랑하는 벚꽃 시즌이다. 이 선교사는 “일본인의 벚꽃과 클래식 사랑 등을 활용한다”며 “칸타타 포스터에 벚꽃을 넣고, 칸타타엔 모노드라마나 클래식을 섞기도 한다”고 했다.

이슬람 국가에서 지켜진 부활절 전통

이슬람 국가인 카자흐스탄에서 20년 넘게 사역해 온 오수황 선교사는 “기독교인은 전체 인구의 2%도 안 되지만 러시아정교회 영향으로 경건한 부활절 전통이 지켜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곳 성도에게 부활절은 1년 중 가장 중요한 영적 사건”이라며 “부활절 전날인 토요일 예수님의 빈 무덤을 상징하는 빵 ‘쿨리치(부활빵)’와 빨갛게 물들인 달걀을 바구니에 담아와 축복하고, 주일 새벽까지 철야 예배를 드린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율리우스력’을 사용하는 러시아정교회와 개신교의 부활절이 같다. 오 선교사는 “부활절 당일엔 쿨리치와 달걀 등 축복받은 음식과 사순절 금식 기간 피했던 고기 등으로 가족이 모여 성대한 식사를 하며 부활절을 지킨다”고 했다.

예루살렘 거리서 퍼진 찬양
세계 기독교인들이 지난해 4월 예루살렘에 있는 예수 무덤인 ‘가든 툼’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리고 함께한 모습. 송하경 선교사 제공

‘유대인의 나라’ 예루살렘에서 20년째 사역 중인 킹덤월드미션(KWMI) 소속 송하경(70) 선교사는 “출애굽 사건을 중시하는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유월절을 철저히 지키되 부활절은 기념하지 않는다”면서도 “이곳에서도 예수님을 믿는 유대인 공동체 ‘메시아닉 주(Messianic Jew)’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부활절 아침, 예수님의 무덤으로 알려진 ‘가든 툼(Garden Tomb)’에서 세계 기독교인과 연합예배를 드리고 히브리어 찬양과 간증, 성찬식을 통해 부활의 기쁨을 나눈다.

송 선교사는 “이스라엘 전쟁으로 주민들이 많이 지쳐 있다”며 “부활하신 예수님 생명의 빛이 이스라엘과 가자, 중동 전역에 비쳐 전쟁과 죽음의 현실을 넘어 평화와 생명이 회복되길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조승현 김수연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