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전쟁의 유탄이 국내 유통업·중소 업체로 향할 조짐이어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요구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800달러(약 114만원) 미만 수입품에 관세를 면제해주던 ‘소액 면세 제도’를 5월 2일부터 폐지하고 12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초저가 공세로 미 소비시장을 잠식해온 중국 업체 ‘알테쉬’(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쉬인)를 겨냥한 조치다. 실제 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일부 중국산 상품 주문을 취소하는 등 관세 효력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 갈등으로 양국 간 상품 교역이 최대 8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경우 대미 수출이 사실상 막힌 중국 업체가 재고 처리를 위해 한국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가성비 좋은 알테쉬의 국내 시장 저변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중국발 해외직구 액수는 7억8600만 달러(약 1조119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5% 늘었다. 반면 이 기간 전체 직구액은 4.4% 감소했다. 직구 시장에서의 중국 쏠림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 와중에 갈 곳 잃은 중국의 물량까지 저가로 쏟아지면 가뜩이나 소비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제조업과 유통업체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중국 직구 증가가 기업 매출 감소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은 80.7%나 됐다. 올 들어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중국산 저가 공세에 대한 업체들의 공포감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정부가 대응 방안을 적극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중소 기업들이 중국 직구에 대한 가장 큰 피해 유형으로 꼽은 게 ‘과도한 면세 혜택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53.1%)였다. 현재는 1회 150달러 이하의 경우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데 대부분 알테쉬 직구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한다. 미국에 앞서 호주와 싱가포르, 베트남, 브라질 등도 자국기업 보호 차원에서 소액 관세 면제 제도를 없앴다. 소비자 선택권과 국내 기업 보호 사이에서 묘안을 내야 하겠으나 어쨌든 이 제도를 손 볼 때가 된 것은 분명하다. 또 중국과 한국의 대미 수출품 관세 격차를 악용한 원산지 허위 기재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부처들이 공조해 원산지 단속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