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 고집 트럼프, 회피하는 시진핑… 美·中 관세전쟁 교착

입력 2025-04-20 19:08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항 부두에 18일(현지시간) 평소보다 적은 양의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미국 수입 업체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에 따라 중국발 화물선 출항 취소가 급증했다는 통보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두 강대국이 관세전쟁을 중단하려면 협상이 필요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일대일 담판만을 주장하고 시 주석은 이를 회피하면서 협상의 진전이 더뎌지고 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19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는 3~4주 안에 중국과의 관세 인상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면서 “트럼프는 시진핑과의 일대일 회담을 고집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두 강대국 간 심화되는 무역전쟁을 막기 위한 다른 외교적 노력이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여러 차례 시 주석과의 대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시 주석과 직접 대화를 나눴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난 17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우리는 중국과 대화 중이다. 그들이 수차례 연락해 왔다”면서 협상 타결 시점에 대해 “앞으로 3~4주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 주석과 직접 대화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그것이 있었는지를 말한 적이 없다. 부적절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의 기대와 달리 시 주석은 미국과의 협상보다 관세전쟁 우군 확보에 열중하는 모양새다. 시 주석은 최근 동남아 3국(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을 순방하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가 정상 간 ‘직거래’를 고집하면서 양국 간 의미 있는 소통은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그는 주중 미국대사에 데이비드 퍼듀 전 상원의원을 지명했지만 아직 상원에서 인준을 받지 못했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협상을 이끌 다른 인사를 지명하지 않았고, 백악관도 주미 중국대사관과 접촉해 대화를 시작할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상태다. 지난달 23일 공화당 소속 스티브 데인스 상원의원이 베이징을 방문해 리창 국무원 총리를 만났지만 관세보다는 마약 펜타닐 대응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중국 담당 국장을 지낸 라이언 해스는 폴리티코에 “트럼프는 푸틴과 직접 대화했던 것처럼 시진핑과도 직접 거래하기를 원한다”며 “그는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을 통해 전달하는 데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트럼프가 여러 정상과의 회담을 공개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해온 것이 시 주석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담의 형식 자체가 트럼프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난 16일 장관급 통상대표인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에 리청강을 임명한 게 미국 측에 ‘카운터파트’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리청강은 세계무역기구(WTO) 대사를 지내는 등 수십년간 국제 협상을 맡아온 인물이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