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와 결혼 앞둔 산체스 기획
지상에서 107㎞까지 올라갔다 와
최초·두 번째 女우주인은 구 소련
韓 첫 우주비행사 2008년 이소연
11일간 우주공간 머무르다 귀환
지상에서 107㎞까지 올라갔다 와
최초·두 번째 女우주인은 구 소련
韓 첫 우주비행사 2008년 이소연
11일간 우주공간 머무르다 귀환
지난 14일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다. 전원 여성으로만 구성된 우주비행이 실행됐고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다.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이조스가 만든 블루 오리진은 ‘뉴 셰퍼드’라는 우주선을 만들어 민간인들을 태우고 우주비행을 실행하고 있다. 블루 오리진의 11번째 유인 우주비행 임무 NS-31에는 베이조스의 약혼자로 알려진 로런 산체스, 팝스타 케이티 페리, 방송인 게일 킹, 항공우주 엔지니어 아이샤 보우, 영화 제작자 케리엔 플린, 우주생물학자이자 시민운동가인 어맨다 응우옌, 이렇게 6명의 여성이 탑승했다. 뉴 셰퍼드는 6명의 여성을 태우고 지상으로부터 107㎞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약 10분간의 지구 준궤도 비행을 마치고 귀환했다. 지상으로부터 100㎞ 지점을 카르만 라인이라고 한다. 카르만 라인 아래를 하늘이라고 하고 카르만 라인 위를 우주공간이라고 한다. 카르만 라인을 넘어갔다 오면 우주에 다녀온 것으로 인정한다. 우주인이 되는 것이다. 이번 우주비행을 통해서 새로운 우주인 6명이 탄생했다.
우주비행사 전원이 여성으로 구성된 것은 미국에서는 처음 있는 사건이다. 이번 우주비행은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지만 사실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이번 우주비행을 기획한 사람은 베이조스와의 결혼을 앞둔 산체스였다. 일종의 결혼 전 퍼포먼스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뉴 셰퍼드 발사 현장에는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모델 겸 사업가 카일리 제너 같은 유명 인사들이 많이 참석했다. 우주비행의 사적 이용 논란이 있긴 하지만 민간 영역에서의 우주여행이 갖는 특수성 때문에 그 목소리가 크지 않은 것 같다. 6명의 여성 우주비행사들은 107㎞ 상공에서 무중력 상태를 체험한 후 지구로 돌아왔다. 페리는 지구로 돌아온 후 이번 우주비행은 자신의 경험 중 최고 중의 최고였다면서 특별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 보겠다는 희망을 말하기도 했다. 이번 우주비행을 통해서 그동안 104명이었던 여성 우주인의 수를 더 늘렸다.
최초로 우주로 간 여성 우주비행사는 구소련의 발렌티나 테레시코바였다. 그녀는 1963년 6월 16일 소련의 보스토크 6호를 타고 우주로 나갔다. 그녀는 지구를 48회 돌며 임무를 수행했다. 우주로 간 최초의 여성이었다. 우주공간에서 단독비행을 한 유일한 여성이기도 하다. 테레시코바는 새들이 나는 것을 보면서 자랐고, 자신도 새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을 꿨다고 알려져 있다. 테레시코바는 여성들이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말을 자주하면서 여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려고 했다. 두 번째 여성 우주비행사를 배출한 나라도 구소련이었다.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가 우주로 갔다온 지 19년이 흐른 1982년이 돼서야 두 번째 여성 우주비행사가 우주로 갈 수 있었다. 구소련의 스베틀라나 사비츠카야는 1982년 7월 19일 소유스 T-5를 타고 우주로 갔다. 사비츠카야는 1984년 7월 17일에도 소유스 T-12를 타고 우주비행을 했다. 두 차례 우주비행을 한 첫 번째 여성으로 기록됐다. 그녀는 1982년의 우주비행에서 구소련의 우주정거장인 살류트 7호에서 머물렀는데 우주정거장에 탑승한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사비츠카야는 1984년의 우주비행에서 우주선 밖의 우주공간에서 머무는 우주유영을 실행했다. 1984년 7월 25일의 일이었다. 그녀는 우주유영을 한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로 기록되었다.
미국은 최초의 우주비행사 배출에도 실패하고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 배출에도 실패했지만 유인 우주탐사는 계속 이어갔다. 미국은 1983년이 되어서야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를 배출했다. 샐리 크리스틴 라이드는 1983년 6월 18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일곱 번째 우주왕복선 임무인 STS-7 임무에 참가하면서 최초의 미국 여성 우주비행사가 됐다. 그녀는 1984년 10월 5일에 한 번 더 우주를 다녀왔다. 라이드는 1963년의 테레시코바, 1982년의 사비츠카야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우주비행에 성공한 여성 우주비행사가 됐다. 32세의 나이로 우주비행에 성공하면서 그녀는 최연소 미국 우주비행사가 되기도 했다. 사비츠카야가 우주공간에 머문 시간은 343시간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우주비행사는 여성이다. 이소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소연은 원래 예비후보였는데 우주비행사 후보 고산이 물러나면서 우주비행을 하는 행운을 얻었다. 이소연은 2008년 4월 8일부터 4월 19일까지 11일간 우주공간에 머물렀다. 그녀는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다가 지구로 귀환했다. 그녀는 전 세계적으로는 475번째 우주인으로 등록됐다. 여성 중에는 49번째 우주인이다. 또한 네 번째 아시아계 여성 우주인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2명의 아시아계 미국인이 포함된다. 필자는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선발 과정에서 심사위원으로 참가했었다. 이소연이 우주비행을 마친 후 돌아와서 했던 말이 인상에 남았다. 지구의 밤하늘은 내려다보는데 한반도의 남쪽과 북쪽이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고 한다. 깜깜한 북쪽과 환한 남쪽. 우주에 가서도 어쩔 수 없이 나라 걱정이 들었던 모양이다.
앞으로 여성 우주비행사들의 더 큰 활약이 기대된다. 그동안은 남성 중심의 우주비행사 분포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중요했다.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하다. 유인 우주탐사와 우주여행이 활발해질수록 구성원이 다양해질 것이다. 다양한 우주비행사 구성은 우주비행 방식의 다양성을 높이고 위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대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과학콘텐츠그룹 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