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尹 택한 충청… “계엄 용납 안돼” vs “그래도 이재명은…”

입력 2025-04-20 18:37 수정 2025-04-20 22:55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선후보자 선출을 위한 충청권 합동연설회가 열린 19일 시민들이 대전 유성구 충남대 앞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충청권 선거인단 투표에서 득표율 1위 행진을 이어갔다.

“충청 민심은 투표함을 까봐야 알쥬.” 6·3 대선이 40여일 앞둔 상황에서 ‘대선 바로미터’로 불리는 충청 지역의 표심은 아직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은 채 대선판을 지켜보고 있었다. 국민일보가 지난 18~19일 충청권(대전·세종·충북 청주)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12·3 비상계엄이 초래한 극심한 갈등과 사회적 혼란에 피로감을 드러냈다. 많은 이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또 적지 않은 이들이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에 대한 거부감을 표했다.

대전에서 만난 고교 교사 강모(41)씨는 “충청 유권자들을 줏대 없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는 지역 담론에 갇히지 않은 가장 합리적인 유권자”라고 평가했다. 지난 대선 때 윤 전 대통령을 선택했던 충청이지만 현재 구(舊) 여권을 향한 민심은 냉랭했다. 18일 대전 중동 역전지하상가에서 만난 상인 박경일(47)씨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이런 정당이 다시 집권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 산성동에 사는 직장인 김명진(38)씨도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이긴다면 ‘무슨 짓을 해도 다시 집권할 수 있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분노가 곧 이재명 후보 지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 듯했다. 세종시 나성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호석(52)씨는 “세종은 다른 충청권에 비해 비교적 진보 성향이 강하지만 그래도 충청은 투표함을 까봐야 안다”고 했다. 박씨는 “충청은 정말 모른다”는 말을 반복했다. 현재는 비상계엄과 윤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편이지만 대선까지 지속될지는 속단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읽혔다.

이 후보를 향한 비토 정서를 서슴없이 드러내는 청년 유권자들도 만날 수 있었다. 대전보건대 2학년 김모(20·여)씨는 인생의 첫 투표권을 포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씨는 “국민의힘에 표를 줄 순 없다”면서도 “이재명 역시 대통령 자격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에 사는 60대 여성 김모씨는 “이 후보는 정치적 능력을 떠나 도덕적으로 결격사유가 있는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양당이 아닌 제3지대를 이끌 중량감 있는 후보의 부재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이도 있었다. 청주대 광고홍보학과에 재학 중인 박모씨는 “제3지대를 대표할 만한 후보가 없는 게 아쉽다”며 “양당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는 행위 자체로도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민주당에 우호적인 목소리가 컸다.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일제히 ‘행정수도 세종 이전 구상’ 등을 제시하며 충청 민심 공략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많은 이들이 실현 가능성에는 여전히 의문 부호를 달면서도 대통령 집무실·의사당 이전 등 충청 개발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었다. 대전 서구에 사는 택시기사 정교일씨는 “(행정수도 이전이) 쉽지 않겠지만 사회적 대화가 진행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윤모(32)씨는 “서울과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들을 단계적으로 이양해야 지방 분권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세종·청주=글·사진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