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과정에 아이 피부가 점차 딱딱해지고 손끝이 하얗거나 파랗게 변하며 이유 없이 숨차 하거나 소화불량을 자주 호소한다면 단순 질병으로 간과하지 말고 소아 류머티즘 전문의를 찾아볼 필요가 있겠다. ‘청소년 전신경화증’이라는 희귀 자가면역질환일 수 있어서다.
대한소아임상면역학회장인 김영대 인제대 일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대한류마티스학회 학술지 최신호에 이와 관련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청소년 전신경화증은 매우 드물지만 진행이 빠르고 장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신경화증은 피부와 내부 조직·장기의 섬유화(딱딱해짐)가 진행되는 질환이다. 대부분 10세 전후에 발병하고 초기 증상은 일상생활에서 포착될 수 있다. 다만 증상이 워낙 다양하고 모호해 진단이 늦어지기 십상이다. 김 교수는 21일 “추위나 스트레스에 노출됐을 때 손끝이 창백해졌다가 파랗게 변하고 손이 차가워지는 ‘레이노 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손가락이 점점 굳어 잘 펴지지 않고 손목·무릎 등의 피부가 딱딱해진다. 손톱 주위에 붉은 점이나 모세혈관이 확장된 걸 볼 수 있다. 아울러 음식을 삼키기 힘들거나 자주 체한다. 속쓰림이나 위궤양을 겪을 수 있다. 이유 없이 숨이 차거나 기침이 계속된다. 갑작스럽게 고혈압이나 부정맥, 손발 부종이 생길 수 있다. 관절이 아프고 뻣뻣해지며 팔다리를 움직일 때 통증이 발생한다.
김 교수는 “폐나 심장, 콩팥, 위장관 등 주요 장기에 영향을 미쳐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단일 증상만으로는 감별이 어렵다. 또 성장기 아이들의 정상 발달 과정과 혼동되기 쉬워 보호자와 의료진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단되면 면역억제제와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