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최근 큰 실패를 겪었습니다. 깊은 좌절과 실망감이 밀려옵니다.
A : 실패는 언제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부정당하는 것 같고 때로는 내 존재 자체가 거부당하는 느낌마저 듭니다. 마치 사람들이 “너, 겨우 그 정도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죠. 물론 인생에서 항상 성공만 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큰 좌절은 피하고 싶은 일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른바 ‘바닥을 치는 경험’은 이전의 나로 회복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쉽지는 않지만 다시 시작해 보려는 마음이 들기 위해서 다음을 고려해 보세요. 먼저 실패를 반복적으로 상기시키며 좌절을 키우는 환경에서 잠시 떨어져 보는 것입니다. 그것이 인간관계라면 거리를 두고, 일이 원인이라면 잠시 멈춰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물론 실패했다고 해서 모든 일을 당장 중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실패의 한가운데 계속 머물다 보면 출구가 어디인지조차 알기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실패의 경험과 실제로 거리를 두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게 어려울 때는 생각만이라도 잠시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실패를 무조건 잊으려 하거나 외면하려는 것은 회피가 될 수 있습니다. 회피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패와 좌절이 떠오를 때 “이런 생각과 느낌이 드는구나” 하고 일단은 받아들이는 수용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생각과 감정이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계속 붙잡고 있는 것은 나의 선택입니다. 실패가 떠오를 때 ‘또 찾아왔구나’ 하고 그저 흘려보내 주세요. 언젠가 또 떠오르겠지만 그때도 똑같이 알아차리고 수용하며 흘려보내면 됩니다.
거리 두기를 한다는 것은 실패 경험을 영영 외면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생각과 감정도 하나님께서 지으신 내 일부입니다. 때로는 마주하기 어려운 모습일지라도 그것을 억누르기보다는 잘 만나주고 흘려보낼 수 있다면 언젠가 이 실패의 경험을 새로운 관점과 감정으로 다시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푸름 치유상담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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